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8개월간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숙의토론을 거친 도민참여단은 시·군 기초자치단체 재도입과 3개 구역안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주민투표를 통해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안을 확정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설득 등 과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6일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운영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공론화를 위한 도민참여단의 최종 선택 결과를 보면 도민참여단 64.4%(206명)가 제주형 행정체제 계층구조에 대한 가장 적합한 개편안으로 기초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설치하고 시장과 군수, 시·군 기초의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시군 기초자치단체'를 꼽았다. '시군 기초자치단체'를 선택한 응답자(206명)의 선호 이유는 △'주민참여가 강화되고 접근성이 좋아짐' 54.4%(112명) △'행정시장의 자치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한계 때문' 20.9%(43명) △'도지사에게 집중된 권한 분산 필요' 16%(33명) 순으로 답했다.
적합한 행정구역의 개수에 대해서는 '3개 구역(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이 55%(176명)로, '4개 구역(제주시, 서귀포시, 동제주군, 서제주군)' 42.5%(136명)보다 앞섰다. 무응답은 2.5%(8명)다. ‘3개 구역’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로 구역을 나눈 것이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오는 12일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과 관련해 그간 추진상황과 실행방안(기관구성 다양화, 사무배분, 재정 등)에 대한 도민보고회를 실시하고, 올해 안으로 주민투표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골자로 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국회 법안 처리가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도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처리를 전제로 내년 4월 총선 이후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2026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전체 추진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 상정된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처리를 보류했다. 소위는 제주도와 행정안전부가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라며 의결을 미뤘다. 이는 행안부가 기존 주민투표법에 보장된 내용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유로 제주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또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제주 행정체제 개편을 위해서는 정부 설득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제주도 행정체제는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초자치단체였던 4개 시·군(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이 사라지고 단일광역체제(제주도)로 개편됐다. 또 법인격이 없는 2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가 도입됐다. 행정시장은 선거를 통해 주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고 제주지사가 임명한다. 이로 인해 도지사 권한 집중과 행정시의 권한 약화, 풀뿌리 민주주의 퇴행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 그동안 수차례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이뤄졌지만, 논란만 키우고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