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낳은 아기와 생이별 팔레스타인 모자, 42일 만에 ‘극적 상봉’

입력
2023.11.22 21:42
알시파 병원서 구조된 미숙아 중 한 명
31명 미숙아 가운데 20명 보호자 없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막 태어난 아기와 헤어져야 했던 팔레스타인인 엄마가 42일 만에 아들을 다시 만났다. 감격적 재회의 주인공이 된 신생아는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서 긴급 구조된 31명의 미숙아 중 한 명이다.

21일(현지시간) 와르다 스베타(32)는 로이터통신에 “아이가 살아 있으리란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다”면서 상봉 소감을 전했다. 스베타와 그의 가족은 지난달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신생아실에서 치료받던 아들 아나스를 두고 피란길에 올랐다.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남부 칸유니스의 한 학교에서 지내던 스베타 가족은 이스라엘군의 공격 이후 알시파 병원과 연락이 끊기면서 애끓는 나날을 보냈다.

스베타는 “아기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누군가 아기에게 우유를 주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알시파 병원에서 아기를 데리러 오라는 연락이 왔지만, 가자시티로 돌아가는 통로가 막힌 탓에 가족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이스라엘이 알시파 병원 내 미숙아를 가자지구 남부로 이송하고 있다는 소식에 스베타와 그의 남편은 칸유니스의 병원을 찾았으나, 아나스는 없었다. 라파의 한 병원으로 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곧장 해당 병원으로 향한 가족은 신생아실 명단에서 아나스의 이름을 찾아내고서야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스베타는 하늘색 잠옷과 모자를 맞춰 입은 채로 잠든 아들을 바라보며 “다시 살아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기쁨을 표했다.

이스라엘의 대피령 당시 39명이 있던 알시파 병원 신생아실에선 공습 이후 8명이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31명의 아기는 지난 19일 라파로 이송됐고, 이들 중 28명은 이튿날 이집트로 다시 옮겨졌다. 아나스를 비롯한 3명의 신생아는 라파에 남았다. 한 명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다른 한 명은 의료진이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스베타는 아나스와 함께 이집트로 대피해 추가 치료를 받으라는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남편 혼자 일곱 명의 아이를 돌볼 수 없기에 이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현재 아나스는 퇴원할 수 있을 만큼의 건강을 회복했다.

아나스는 가족과 다시 만났지만, 이집트로 대피한 아기 28명 중 20명은 보호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엘더 유니세프 대변인은 로이터에 “보호자가 없는 일부 아기는 고아였고, 나머지 아기들은 가족의 신상 정보가 없다”면서 “이는 가자지구의 가족들이 처한 끔찍한 상황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