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40대 이하 ‘젊은 대장암’ 발병 위험 높인다

입력
2023.08.10 11:39

음주가 50세 미만 젊은 성인의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철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진은효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2009년 건강검진을 받은 20~49세 566만6,576명을 최대 10년간 추적한 결과다.

대장암은 50세 이후 연령층에서 흔히 발병하는데, 최근 ‘젊은 대장암’으로 불리는 조기 발병 대장암의 발병률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20~49세 성인의 대장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개국 중 1위이며, 증가 속도도 가장 빠르다.

젊은 대장암은 대부분 평소 식습관·비만·흡연·음주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과도한 음주는 대장암 발생 위험뿐만 아니라 모든 암 발생 및 사망률을 높인다.

이에 연구팀은 음주가 젊은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2009년 검진 당시의 음주량과 음주 빈도에 따라 젊은 대장암 발생에 차이가 있는지를 2019년까지 추적 관찰해 분석했다.

그 결과, 50세 미만 성인에게서 8,314건의 대장암이 발생했다. 하루에 소주 1잔 미만으로 섭취하는 ‘가벼운 음주자’와 비교해 중증도 음주자(남: 1~3잔/일, 여: 1~2잔/일)와 고도 음주자(남: 3잔 이상/일, 여: 2잔 이상/일)의 발병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중증도 음주자의 경우 대장암 발병 위험이 9% 증가했으며, 고도 음주자의 경우 20% 증가했다.

음주 빈도로 보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과 비교해 △주 1~2회 △주 3~4회 △주 5회 이상으로 음주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대장암 발생 위험은 각각 7%, 14%, 27% 높아졌다.

또한 음주로 인한 대장암 발생 위험은 암 발생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음주량 및 음주 빈도에 따라 좌측 대장암과 직장암에서 대장암 발생 위험이 증가했으며, 우측 대장암의 경우 의미 있는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신 저자인 신철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젊은 대장암의 위험 인자로 음주의 영향을 분석한 대규모 역학 연구”라며 “특히 대장암 위치에 따라 음주로 인한 대장암 발생 위험도가 다르다는 점이나 여성에서는 좀 더 낮은 음주량 기준을 적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비슷한 정도의 대장암 발생 위험을 보였다는 점 등 대장암 발생 메커니즘의 이해 및 음주 위험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로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이어 “젊은 연령층에서 대장암 발병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과도한 음주가 대장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암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IF: 50.739)’ 온라인 판에 최근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