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20일 '수해 중 골프 논란'을 빚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홍 시장은 전날 국민과 당원에 대해 사과하며 뒤늦게 반성의 뜻을 보였지만 징계 절차 개시를 막지 못했다.
당 윤리위(위원장 황정근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6차 회의를 열고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의결했다. 집중호우로 전국적 피해가 발생한 지난 15일 골프를 치며 부적절하게 처신하고,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반성 없이 언론을 저격하며 잇단 설화를 빚은 게 징계 절차 개시 사유가 됐다.
홍 시장은 수해 골프 논란이 불거진 이후인 지난 17일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주말에는 공무원들이 자연스럽게 개인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내가 (대구시에) 비상근무를 지시한 적이 없다. (골프는) 부적절하지 않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윤리규칙 22조 2항은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 경위를 막론하고 유흥·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윤리위는 홍 시장이 논란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을 상대로 한 발언들이 당 윤리규칙 4조 1항(품위유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간 '떳떳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홍 시장은 지난 18일 윤리위 회부가 결정되며 당내 분위기가 급변하자, 이튿날(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홍 시장은 이날 윤리위 회의를 앞두고 '시대착오적 서민 코스프레를 하지 말라' '공직자들의 주말은 자유' 등의 표현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SNS 게시물 두 건을 자진 삭제하기도 했다. 향후 '당원권 정지' 수준의 중징계가 가능하다는 엄중한 당내 분위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는 다만 홍 시장의 향후 행보가 징계 수위 결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기윤 윤리위원은 회의 전 취재진과 만나 "홍 시장의 사과가 양정에 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며 "수해 현장을 찾아 가족을 위로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등 모습을 보이면 양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의 징계 수위는 오는 26일 윤리위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