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총질'하는 청년들을 위한 변론

입력
2023.07.06 19:00
25면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요즘만큼 청년 정치인들이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적이 있었나 싶다. 어느 당을 보더라도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들에게 찍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들에게 씌워진 혐의는 대체로 비슷하다. 내부 총질로 상대방에게 이로운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를 정리하고 전열을 재정비하더니 이제는 내년 총선에서 별로 유리할 것 없는 지역구에 공천을 주느냐 마느냐로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강성당원들은 '돈 봉투 의혹'이나 '김남국 코인'과 관련, 당의 쇄신을 요구한 청년 정치인들에게 '코인 8적' 같은 유치한 멸칭이나 붙이고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조리돌림하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평론가들은 이게 자랑이라는 듯 방송에서 껄껄거리고 웃는다. 30대 당 대표 한번 쫓아내겠다고 여당의 5060 의원들이 의기투합하는 꼴이나, 당원들이 조카뻘 되는 대학생위원장에게 가족 욕설이며 성희롱을 일삼는데도 야당 지도부가 나 몰라라 하는 꼴이나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지도부와 강성당원들이 한 몸이 돼 개혁을 요구하는 소장파를 공격하는 모습은 마치 이승만 정권 시절 야당을 겁박하기 위해 동원된 땃벌떼를 보는 것 같아 서늘하다.

혹자는 묻는다. 소위 청년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이 자기 당 비판하는 것 외에 한 게 뭐가 있냐고. 틀렸다. 인지도가 낮고 화제성이 떨어져 언론과 정치권이 주목하지 않았을 뿐, 그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일상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누군가는 세계적인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도 전국을 누비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기성정치인들이 더 이상 주목하지 않는 전세 사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사가 나가지 않더라도'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있다. 전장연 문제를 들어 요즘 청년들이 약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반 시민들이 그렇게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껏 많은 권한을 갖고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정치인들이 할 소린 아니다. 자기 생각 한마디 못 꺼내고 그저 당론을 기계적으로 읊는 정치인, 누구 계파에 편입되어 공천 한번 받아보려는 인물들보단 이런 청년들이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권한 한번 가져보지 못한 청년들에게 "한 게 뭐냐"고 따지는 건 불공평해도 너무 불공평한 일 아닌가?

내부 총질하는 청년들이 정치혐오를 조장한다고 하지 마시라. 정치혐오는 누가 조장했나. 청년 정치인들은 많은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는 지금의 상황을 만들 만큼 이 영역에서 발언권과 결정권을 가져본 적이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4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산업화 대 민주화라는 구도에 갇혀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한, 그래서 진영논리에 매몰된 채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정쟁만 일삼은 이들이 정치혐오를 조장한 당사자 아닐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에 육박하는 무당층의 규모는 그런 현실을 드러내는 주요 지표다. 특히 2030 청년층에서 무당층 비율이 특히 높다는 사실은 그런 시대의 유통기한이 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 구체적 비전이 없음에도 꾸준히 커지고 있는 '제3지대' 현상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현재 내부 총질한다고 찍힌 청년 정치인 중 상당수는 내년 총선에서 대단히 어려운 전투를 치러야만 한다. 보편적인 국민보다 강성당원들의 목소리가 정당 운영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근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당내 경선조차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내부 총질했다는 혐의를 받아 배신자로 찍힌, 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들을 응원할 것이다. 알을 깨고 나온 새를 기다리는 건 드넓은 하늘이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