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태닉호 관람을 위해 심해로 내려갔다가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은 '내파'(외부 압력으로 구조물이 안쪽으로 급속히 붕괴하며 파괴되는 현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탑승자 5명도 전원 사망했다. 영화 '타이타닉'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위험 경고를 무시한, 매우 비슷한 비극이 같은 장소에서 벌어졌다"며 탄식했다. 타이탄 운영사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은 이미 5년 전 안팎에서 제기된 위험 경고를 수차례 무시한 것으로 드러나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존 모거 미 해안경비대 소장은 이날 "타이탄이 '재앙적 내파'를 겪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타이태닉호 뱃머리로부터 488m 떨어진 해저에서 잠수정 잔해물 5개가 발견됐다는 이유다. 모거 소장은 "바닷속에서 잠수정 압력을 관리하는 압력실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며 "잔해물은 재앙적 내파 양상과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도 이를 뒷받침하는 견해를 내놨다. 2005년 타이태닉 탐사에 참여했던 톰 매독스 '수중포렌식조사관' 최고경영자(CEO)는 "타이태닉호가 가라앉아 있는 해저 3,800m 지점의 압력은 지구 표면 대기압의 350배 이상"이라며 "작은 결함도 즉각 내파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고 시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16일 캐나다 뉴펀들랜드 래보라도주 세인트존스에서 출항한 타이탄은 18일 오전 11시 47분 타이태닉 침몰 지점에 도착, 잠수를 시작했는데 1시간 45분 만에 교신이 끊겼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해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 해군의 군사음향 감지 시스템이 타이탄 실종 직후 인근에서 파열 또는 폭발과 일치하는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즉각 상부에 보고돼 수색 범위를 좁히는 데 활용됐다고 한다.
이러한 정황에 비춰, 타이탄은 실종 시점에서 '내파'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20일 탐지돼 탑승객들의 생존 여지를 남겼던 수중 소음은 당시 인근에서 운항하던 다른 선박에서 난 소리로 판명됐다.
운영 업체는 그동안 잇따랐던 안전 우려를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당시 오션게이트 고위 임원은 "잠수정을 제대로 시험하지 못해 탑승객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가 해고됐다. 회사는 "추가 비용과 시간이 들 수 있으나, 제3자의 검증 절차가 필수적"이라며 안전 테스트를 권고한 전문가들 조언도 따르지 않았다.
타이탄은 공해상에서 운항하는 탓에 규제·감독의 '사각 범위'에 있기도 했다. 오히려 규제는 걸림돌로 여겨졌다. 이번 사고로 숨진 스톡턴 러시(61) 오션게이트 CEO는 2019년 한 인터뷰에서 "규제 때문에 혁신도, 성장도 못한다"고 불평했다.
오션게이트는 희생자 5명에 대해 "진정한 탐험가들"이라며 추모 성명을 냈다. 타이탄에는 러시 CEO와 영국의 억만장자 해미시 하딩(58), 영국 국적의 파키스탄계 재벌 샤자다 다우드(38)와 그의 아들 술레만(19), 프랑스 해양학자 폴 앙리 나졸레(77)가 타고 있었다. 특히 러시의 부인인 웬디 러시는 타이태닉호 침몰 당시 숨진 아시도어-아이다 스트라우스 부부의 고손녀인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위험·고비용인 '익스트림 관광' 자체를 비판하는 견해도 나온다. 타이탄의 1인당 탑승 비용은 25만 달러(약 3억2,500만 원)에 달했는데, '아드레날린 러시'를 즐기려는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홍보업체 소유주인 닉 단눈치오는 "최상위 부유층을 만나본 경험에 비춰 보면, 그들에게 돈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결코 잊지 못할 무언가를 원한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이날 한 연설에서 "우리 모두가 탑승자들의 구조를 원하기 때문에 잠수정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도 "(그리스 앞바다에서 침몰한 난민선에 탔던) 700명의 죽음보다 (타이탄 실종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