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엑스포는 경쟁의 논리에서 연대의 가치로 전환한 엑스포로 기억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4차 프레젠테이션(PT)에 직접 나섰다. 한국에 주어진 30분간의 PT에서 윤 대통령은 마지막 연사로 등장해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세계박람회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5~6분에 불과한 짧은 시간임에도 윤 대통령은 '미래·약속·보답·연대’를 주제로 직접 영어 연설에 나서며 전 세계에 엑스포 부산 유치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영어 연설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상·하원 의회 합동 연설 이후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BIE 총회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대한민국 부산이 2030년 엑스포를 유치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박람회는 교역뿐 아니라 인류가 당면한 위기와 도전에 해결책을 모색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 왔다"며 전쟁과 분규, 디지털 격차와 경제적 불평, 기후 위기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인류가 당면한 복합 위기에 대응하는 솔루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첨단 디지털 기술이 환상적인 교류의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엑스포를 통해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받았던 도움에 대한 보답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70년 전 전쟁으로 황폐화됐던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에 힘입어 첨단 산업과 혁신 기술을 가진 경제 강국으로 변모했다"며 "대한민국은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 엑스포는 문화 엑스포를 구현할 것"이라며 "모든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받고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대접받을 것이고, 모든 나라가 자신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 기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박람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110개 이상 회원국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도 약속했다.
부산 엑스포가 갖는 의미로 '가치와 연대'를 꼽았다.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는 미래세대를 위한 가치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세계의 청년들은 인류 공동체로서 함께 협력하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1851년 런던 엑스포는 영국의 산업혁명을, 1900년 파리 엑스포는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을 전 세계에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며 "2030년 부산 엑스포는 경쟁의 논리에서 연대의 가치로 우리의 관점을 전환한 엑스포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산은 준비됐다(Busan is ready). 2030년 부산에서 만납시다"라고 끝맺었다.
이날 PT에는 윤 대통령 외에 가수 싸이, 진양교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가 연사로 참여했다. 싸이는 "여러분이 듣는 음악부터 여러분이 보는 쇼까지, 심지어 스마트폰, 자동차, TV 등 한국의 영향은 당신의 일상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며 "한국은 모두에게 빛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이고, 여러분은 그런 나라가 엑스포에 가져올 활기찬 에너지를 상상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3차 PT에서도 발표를 맡았던 진 교수는 부산 엑스포에 활용될 건축물과 공간을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이 대표는 부산 엑스포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협력으로 미래 세대를 돕자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현장 연설은 아니지만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와 성악가 조수미씨는 영상을 통해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영상에서 카리나는 미래세대를 대표해 오디션 쇼 진행자로 출연해 PT의 시작과 마무리를 이끌었고, 조씨는 우리다문화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유치 응원곡 '함께(We will be one)'의 뮤직비디오를 찍어 영상으로 출연했다. 프랑스 출신인 세계적인 건축 거장 도미니크 페로도 영상을 통해 부산 엑스포 지지의 뜻을 밝혔다.
국회 '2030세계박람회 부산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도 응원전에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재호 특위위원장과 이상헌·강선우·전재수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안병길 간사와 한무경·유경준 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도 파리에 총출동해 외곽 지원에 나섰다.
이날 PT는 한국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 등 엑스포 유치 경쟁국들이 모두 참가했다. 당초 엑스포 개최를 두고 함께 경쟁했던 우크라이나(오데사)가 이날 BIE 총회 투표 결과 후보지에서 제외되면서 부산과 이탈리아 로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3파전이 확정됐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 16일 파리에 도착해 179개 회원국 대표단을 상대로 유치전에 나섰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20일 프랑스에 도착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지원 활동을 벌였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11월 말 BIE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비밀투표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