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2. 최근 5년 동안(2018~2022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다. 이 중 2,661명은 다쳤고 17명은 사망했다. 5월에는 경기 수원시 한 스쿨존에서 우회전하던 버스에 치인 초등학생이 세상을 떠났다. 어린이가 보호받아야 할 공간에서 교통사고가 그치지 않으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LG전자는 차량과 사물 사이 통신 기술(V2X)을 이용한 교통안전 솔루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V2X는 복잡한 도로상황을 파악하고 자동차 간 물리적 거리 등을 계산할 수 있는 기술로, 일종의 자율주행 기술이다.
회사가 개발 중인 솔루션 이름은 '소프트(Soft) V2X'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바탕으로 한다.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응용소프트웨어(앱)를 다운로드하면 보행자 및 자동차의 위치와 방향, 속도 정보를 수집해 분석한 뒤 교통 위험을 알려준다.
LG전자는 서울시와 함께 지난 6개월 동안 강서구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주변 스쿨존 세 곳에서 시민 6,700여 명이 참여해 '어린이 교통안전 특화시스템 실증사업'을 진행했다. 회사와 서울시가 함께 만든 모바일 응용소프트웨어(앱) '교통안전 스마트 알리미'를 스마트폰에 깐 뒤 보행자와 차량, 오토바이, 킥보드, 자전거 간 충돌 가능성을 분석했다. 위험이 예측될 경우 소리나 진동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폐쇄회로(CC)TV와 솔루션을 연동해 앱을 설치하지 않은 보행자의 충돌위험도 감지했다. CCTV가 보행자와 차량을 확인해 위치, 이동 방향, 속도 등을 계산한 후 위험한 상황이 예측되면 앱을 이용하는 운전자에게 충돌위험을 알렸다. 소프트 V2X는 이 기간 보행자와 차량에 약 4만 건 이상의 교통위험 알림을 전달했다.
알림을 전달받은 보행자의 74.8%와 운전자의 68.4%는 이동 방향을 바꾸거나 운행 속도를 줄였다. 회사 측은 "소프트 V2X 솔루션이 실제 교통환경에서 교통사고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보조적 효과를 확인한 것"이라며 "교통안전 정보를 결합한 종합적 서비스까지 발전할 수 있단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회사는 아직까진 실증단계인 이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 세계 무대까지 노려볼 계획이다. 지난달엔 글로벌 차량통신 연합체 5GAA 서울 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완성차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70여 명을 초청해 체험 행사도 열었다. 10월에는 미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5GAA 회의에서 더 수준 높아진 소프트 V2X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는 최근 어린이와 노인 같은 교통약자에 대한 보행 안전이 사회적 이슈로 커지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도하는 차세대 교통시스템 구축 논의에 속도가 붙는 상황이 소프트 V2X의 새로운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 스쿨존뿐만 아니라 골목길 등 다양한 상황에 솔루션 접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영호 LG전자 상무는 "별도의 전용 단말기를 사용해야 하는 기존 V2X 기술과 달리 소프트 V2X는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쓸 수 있어 서비스 확산에도 강점이 있다"며 "사고 예방 솔루션 개발을 꾸준히 해서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