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MBC 기자와 국회 사무처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고발 접수에 따른 정당한 수사라는 입장이지만 혐의 경중과 해당 기자가 여당의 고발 대상자라는 점에 비춰 ‘과잉수사’ 비판도 적지 않다. MBC와 언론단체 등은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ㆍ공공범죄수사대는 30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모 MBC 기자의 자택과 차량을 압수수색해 그의 휴대폰 등을 확보했다. 또 한 장관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위 파악을 위해 국회 사무처 의안과에 수사관을 보내 지난해 4월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 제출 자료 및 관련 전자기록을 확인했다. 경찰은 서울 마포구 MBC 보도국 내 임 기자 부서도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의 저항에 막혀 2시간가량 대치했다. 결국 MBC 관계자 및 변호사와 함께 임 기자 자리로 가 압수대상물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철수했다.
경찰은 임 기자가 한 장관과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 개인정보가 담긴 ‘국무위원후보자(법무부장관 한동훈) 인사청문요청안’과 ‘재산신고 관련 부속 서류’를 타사 기자에게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원(무소속) 의원이 올 4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와 함께 일했다는 서모씨에게서 한 장관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그를 경찰에 고발한 게 단초가 됐다. 당시 김 구의원은 서씨가 포털사이트에 악성 댓글을 달아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한 상태였다. 김 구의원에 따르면, 서씨는 고소 취하 대가로 해당 자료를 이동저장장치(USB)에 복사해 줬다고 한다. 경찰은 서씨가 가진 자료가 임 기자와 연관돼 있는 걸로 보고 수사 중이다.
김 구의원은 지난해 6ㆍ1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된 후 임기 중 군 대체복무를 시작해 논란이 된 인물이다. 정당 활동을 금지하는 현행법에 따라 국민의힘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 신분으로 구의원 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사를 상대로 한 경찰의 강제수사 착수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임 기자에게 적용된 혐의다. MBC뿐 아니라 언론사라면 으레 국무위원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개인 신상 자료를 입수해 인사 검증 보도의 기초로 삼는다. 여기에 임 기자는 ‘바이든ㆍ날리면 자막’ 기사를 보도한 장본인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 때 ‘(미국)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란 자막을 달아 보도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여당으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보복 수사’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호찬 MBC 노조위원장은 “한 장관과 관련이 없고 피의자가 MBC 기자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 사안으로 언론사를 압수수색하겠느냐”며 “명백한 과잉 수사이자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 6단체도 성명을 통해 “언론자유 파괴하는 뉴스룸 압수수색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 역시 “이제까지 무수한 인사청문회가 있었고 청문자료를 바탕으로 취재ㆍ보도가 이뤄졌지만 기자와 언론사, 국회를 압수수색한 적은 없다”면서 “날리면 보도에 대한 보복인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