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미얀마 민주세력 국민통합정부(NUG) 수장과의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 응원과 반박 이메일을 몇 통 받았다. 가장 인상 깊은 글 하나를 간략히 소개한다. 이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아래 적었지만, 사실 정답은 없다.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한국 기업이 미얀마 사업에 손을 뗀다고 군부가 겁먹을까요? 오히려 중국 같은 다른 나라가 빈자리를 채워 이익을 얻겠죠…(중략)…한국은 이상만 좇다 손해를 입을 겁니다. 국가 간 관계는 현실입니다. 감성적 접근보다 국익을 생각하길 바랍니다.”
한국 주요 기업들의 미얀마 국영 에너지기업 투자금이 군부의 ‘돈줄’이 되고, 미얀마 사람들을 학살하는 데 사용된다는 발언에 대한 반박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미국, 프랑스, 일본 등 각국 기업들이 미얀마 땅에서 줄줄이 사업을 철수하거나 투자를 철회했지만 군부는 눈 깜짝하지 않고 자국민에 잔혹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압박에도 2년 넘게 마이웨이를 이어온 군정이 한국 기업 투자 철회에 움찔할 리 없다. 그렇다고 모두가 등 돌린 땅에서 한국이 ‘나홀로 밥그릇 챙기기’에 나서는 게 과연 득이 될까.
오늘로부터 꼭 43년 전, 광주 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군부 독재에 맞섰다. 한국 현대사는 오롯이 5·18 민주화운동 위에 세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뤄낸 것을 자랑으로 여겨왔다.
이면엔 책임도 따른다. “한국 민주화는 미얀마의 롤모델”이라는 임시정부 수장 말처럼, 미얀마 국민도 이들을 응원하는 국제사회도 ‘민주항쟁 선배’인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미온적이다.
민간인 학살 소식이 들릴 때마다 유감을 표명하긴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여전히 정부와 기업 자금이 미얀마 군부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광주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국민 3,400명 목숨을 앗아간 반인륜 범죄의 동조자가 된 셈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미얀마에 투자해 얻는 이익과 국격을 잃어 발생할 손실, 어떤 것이 더 클까.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한국가스공사와 인도 국영가스회사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와 협력 사업을 지속한다는 이유에서다. 어쩌면 방관자에 대한 ‘손절’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