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우주안보와 우주군 창설에 필요한 로켓공중발사

입력
2023.05.09 19:00
25면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공중발사 기술, 버진오빗 파산에도
장소·날씨 구분없이 발사가능 기술
한국도 글로벌 우주경쟁 동참해야

누리호 3차 발사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로켓을 공중에서 발사하는 개념인 '로켓 공중발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미국 버진오빗(Virgin Orbit)의 파산 소식이 마음에 걸린다. 버진오빗은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설립한 소형 위성 발사업체이다. 2017년 준궤도 민간 우주여행을 시연해서 유명해진 버진갤럭틱의 자회사이다. 이 회사가 파산하게 된 건 로켓 공중발사가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운영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실패한 탓이다.

버진오빗의 위성발사 개념은 간단하다. 보잉 747 항공기를 개조한 모선이 하단에 위성을 탑재한 우주로켓 '론처원'을 싣고 이륙한다. 항공기는 지상에서 이륙한 뒤, 고도 10㎞에서 로켓을 분리하고, 로켓 엔진을 점화해서 우주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론처원은 길이가 21m인 발사체로 230㎞의 저궤도에 500㎏의 탑재체를 올려놓을 수 있다. 누리호나 스페이스X의 팰컨9이 지상에서부터 엔진을 점화해서 이륙하는 것과는 달리 론처원은 로켓이 공중에서 출발한다.

공중 발사의 가장 큰 장점은 발사 방위각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지상에서 로켓을 발사할 때 0도를 북쪽, 동쪽을 90도, 남쪽을 180도로 두고 발사장의 위도에 따라 발사 방위각을 따진다. 항공기를 이용한다면, 위도에 따른 장애물 없이 전 세계 어느 공항이든 발사장으로 생각할 수 있고, 로켓을 어느 상공에서도 발사할 수 있다. 버진오빗은 2021년 1월 이후 6번의 위성 발사를 시도했고, 4번은 성공했으나 2번은 실패해서 발사 성공률 66.67%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 발사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발사 성공률을 높여서 신뢰도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한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1월에 영국에서 소형 위성의 발사가 실패하면서 추가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이다.

버진오빗은 2024년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업체와 위성발사 서비스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있었으나, 버진오빗의 파산으로 이 또한 무산되었다. 아시아 최초 우주공항을 만들겠다고 계획했던 일본 오이타현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2021년 일본항공사 ANA 홀딩스는 버진오빗과 20회의 발사계약을 맺고, 저궤도 군집위성 발사를 위해 520만 달러의 발사 보증금을 지불했다.

로켓 공중발사는 사실 민간의 영역보다 군사 안보 영역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 우주군은 정찰 위성을 독자 개발한 페가수스 공중발사 로켓에 실어 저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페가수스 로켓은 길이 17m, 무게 23톤의 3단 로켓으로 저궤도에 440㎏의 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다. 1990년 최초 공중발사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45차례 발사해서 40번 성공해, 성공률 88.89%를 보여주고 있다.

지상발사대가 필요 없는 공중 발사 로켓은 발사 장소와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때에 위성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정찰 위성을 신속하게 원하는 위치에 올려놓을 수 있다. 군 작전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위성을 배치할 수 있어, 위성 발사도 촌각을 다투는 시대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원래 위성 하나를 발사하는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발사체 설계와 제작에도 수년이 걸리고 발사 일정을 정하는데도 수개월은 잡아야 했다. 만일 공중 발사가 가능하다면, 이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우주는 국가 안보 영역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이다. 제공권을 확보하는 것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이다. 최근 강대국들이 잇따라 우주 군사 조직을 강화하고 있고, 2019년 미국도 우주군을 창설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로켓 공중발사를 비롯해서, 우주군 양성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