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노래를 불러 화제다. 학창 시절 애창곡 '아메리칸 파이'였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돈 매클레인(78)이 1971년 발표해 이듬해 미국은 물론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차트까지 석권했다. 윤 대통령은 1분가량 불렀지만 원곡은 8분 42초에 이른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재작년 10분짜리 노래('All Too Well')로 미국 빌보드차트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 가장 긴 빌보드 1위 곡이었다.
□ 이 노래에서 반복되는 구절 '음악이 죽은 날'은 로큰롤 스타 버디 홀리가 1959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날을 뜻한다. 매클레인이 14세 때의 일로, 노래 가사엔 어린 시절의 음악 영웅을 애도하면서 1960년대 음악계를 일별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대 유명 뮤지션들이 상징적 단어로 언급되다 보니 해석도 분분했다. '왕(the king)'은 엘비스 프레슬리, '광대(the jester)'는 밥 딜런이 아니냐는 식이었다. 매클레인은 지난해 공개된 다큐멘터리에서 가사 대부분은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하다고 했다. 제목의 뜻도 모호하게 남겨뒀는데, 다만 원래 생각했던 제목은 '미스 아메리칸 애플 파이'라고 했다.
□ 만찬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공연 중이던 뮤지컬 가수 3명이 앙코르곡으로 '아메리칸 파이'를 추가하며 "윤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고 들었다"고 하자, 질 바이든 여사가 윤 대통령을 무대 위로 밀었다고 전했다. 각본에 따른 것이었다. 노래를 마친 후 기립박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 바이든 대통령은 매클레인 친필 사인이 담긴 기타를 선물했다.
□ 미국 대통령과 함께한 자리에서 노래를 부른 정상은 또 있었다.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다.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렬한 팬으로 총리로 취임한 2001년 직접 부른 엘비스 노래로 음반을 냈을 정도였다. 이를 잘 아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를 엘비스 유택이 있는 테네시주 그레이스랜드로 초대했고, 고이즈미는 엘비스의 대표곡 '러브 미 텐더'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