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정보기술(IT) 및 전자업계가 국제 경제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 속에서 올해 1분기에 부실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LG전자만은 시장 예측을 뛰어넘은 '깜짝' 실적을 알렸다. 특히 생활가전 분야에서 1조 원을 넘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27일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1∼3월)에 매출 20조4,159억 원, 영업이익 1조4,97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하면 매출액은 2.6%, 영업이익은 22.9% 감소했지만 지난해 1분기 일회성 영업이익을 빼면 사실상 성장이라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평가다.
특히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핵심 사업 영역인 생활가전 분야의 수익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액 8조217억 원, 영업이익 1조18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0.6% 늘었고,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증가해 단일 사업부 기준으로는 처음 1조 원을 넘겼다. LG전자 측은 "원가구조 개선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물류비 등 비용 절감 효과로 영업이익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TV 중심의 HE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액이 3조3,596억 원, 영업이익 2,00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17.4% 감소했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된 세 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났다. 꾸준히 성장 중인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중심의 VS사업본부는 매출액이 지난해 1분기보다 27.1% 늘어난 2조3,865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540억 원으로 흑자를 이어갔다.
LG전자가 상대적인 실적 호조를 보인 비결로는 ①운영 측면에서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등이 하락하면서 비용이 절감됐고 ②사업구조 측면에서 기업간거래(B2B) 매출이 늘었다는 점이 꼽힌다. LG전자 관계자는 "H&A 사업본부의 경우 가전 수요가 줄었음에도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에너지 규제에 대응하는 히트펌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고효율·친환경 제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증권가는 대체로 2분기에도 LG전자의 실적을 낙관하는 분위기지만 IT 업계 소비자 수요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김이권 LG전자 H&A 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이날 진행된 기업설명회(IR)에서 "하반기부터 수요 회복을 기대하는 전망도 있지만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 감소 영향이 나아지기 전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실제 전자업계 전반은 수요 둔화 흐름이 지속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날 세부 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큰 적자를 본 것 외에 TV·가전 사업 부문에서도 영업이익이 1,900억 원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실적을 공개한 전자부품사들도 주력 제품의 출하량이 줄면서 수익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기는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66% 감소한 1,401억 원을 기록했고, LG이노텍도 60.4% 감소한 1,453억 원에 머물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28% 줄어든 7,800억 원을 기록했고, LG디스플레이는 적자가 1조 원을 넘겼다.
다만 이들 기업 모두 하반기에는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최근 부품사의 실적 부진은 완제품 기업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면서 "하반기부터는 재고가 거의 소진되고 새 상품도 나오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