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국내 감염 18일간 29명..."증상만으로 초기 진단 어렵다"

입력
2023.04.26 17:42
누적 환자 34명 중 29명 단기간 '지역 감염'
해외는 '남성·동성애·성관계' 주된 전파 배경
"국내도 비슷한 전파 방식 추정"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확진자가 계속 늘어 누적 34명이 됐다. 29명은 해외 출국 이력이 없어 지역사회 감염인데 이달 7일 이후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증상만으로 초기 진단이 어렵다"는 현장 전문가의 경험을 감안하면 '숨은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질병관리청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달 7일부터 전날까지 엠폭스 국내 감염 환자가 29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22일 확인된 첫 환자부터 5번 환자까지는 해외 여행 또는 그와 관련된 감염이었지만 6번 환자부터는 모두 국내에서 감염됐다.

거주지별로는 서울 13명, 경기 7명, 경남 3명, 경북 2명, 대구 2명, 전남 1명, 충북 1명이다. 내국인은 27명이고 2명은 외국인이다. 이 중 26명은 최초 증상 발현 전 3주 이내에 고위험시설 등에서 익명의 인물과 밀접접촉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 대부분은 항문과 생식기 통증을 동반한 국소 피부병변(궤양종창발진)이 나타났다. 다만 발열, 두통, 근육통, 오한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생기거나 증상이 없는 환자도 있었다. 이럴 경우 진단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날 브리핑에서 국내 1번 환자를 치료한 김진용 인천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도 "대부분 증상이 심하지 않고 발열이나 근육통 등이 발현되면 증상만으로 초기 진단이 어렵다"며 "첫 환자도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을 알지 못했다면 바로 진단이 어려운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보고된 엠폭스 환자 중 성적 지향성이 확인된 3만여 명 중 84.1%는 남성 동성애자였다. 전파 양식이 파악된 1만8,000명 가운데 82.1%는 성관계를 통해서였다. 김 과장은 이를 언급하며 "국내에서도 해외와 비슷한 전파 양식을 추정할 수 있어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부과, 비뇨기과, 항문외과 등의 적극적인 신고가 환자 조기 발견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청도 증상이 생겨 내원한 환자의 안전과 추가 전파 예방을 위해 조기 진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기관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또한 고위험 시설의 밀접접촉자를 대상으로 검사와 백신 접종을 안내하고 있다. 질병청은 "예방 차원의 백신 접종 확대에 대해서는 방역상황 및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