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에 최대 50만 발의 155㎜ 포탄을 빌려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으로 재고가 바닥난 미국의 상황을 감안해서다.
앞서 지난해 말 미국은 우리 방산업체로부터 155㎜ 포탄 10만 발을 구매했고, 이후 추가 구매 여부를 문의한 바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 우회지원으로 논란이 일었는데, 이번에 정부가 수출이 아닌 대여 방식을 택한 건 러시아의 반발 등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12일 정부 소식통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155㎜ 포탄 최대 50만 발을 미국에 대여하는 내용의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업체가 생산한 물량과 우리 군이 보유한 포탄 중 일부를 같이 빌려주는 방식이 거론된다.
대형 무기체계가 아닌 소모성 품목인 포탄을 대여 형태로 제공하는 건 이례적이다. 반납 기간과 방식을 놓고 향후 절차가 복잡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다하되 논란의 소지를 가급적 줄이려는 절충안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에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자유 수호를 위한 지원 방안에 대해 협의해오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지금 확인해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미국에 포탄 10만 발을 수출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거스른 것 아니냐는 논란이 거셌다. ‘최종 사용자를 미국으로 한다’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미국이 한국에서 수입해 ‘밀어내기’ 방식으로 기존 보유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여 방식으로 제공할 경우, 국산 포탄이 전쟁에 투입된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미국에 포탄 회수를 요구하는 등 좀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