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봉 일본 영화 역대 흥행 1위가 지난 6일 바뀌었다.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너의 이름은’의 흥행 수치(380만 명)를 넘어서며 새 기록을 세웠다. 6일까지 관객이 385만 명으로 400만 명 고지를 넘볼 만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관객몰이는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 관객이 줄어든 상황에서 일본 영화 흥행 왕좌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극장 관객은 1억1,281만 명으로 2019년의 68% 정도였다.
□ 일본 영화는 한국 극장가에서 큰 비중을 점하지 못했다. 한국 영화와 미국 영화 틈바구니에서 시장점유율(관객 기준) 1%가량을 차지하는 정도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등 애니메이션을 내세워 시장을 확대해 왔다. 2021년에는 6.2%, 지난해에는 3.9%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역대 흥행 순위만 봐도 애니메이션 강세가 두드러진다. 1~6위가 애니메이션 차지다.
□ 국내 시장에서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위세가 두드러진 건 아니다. 미국 시장 조사 회사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칭)의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286억 달러(약 37조 원)로 추산된다. 한국 영화가 지난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약 7,233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코로나19가 전화위복이 됐다. 온라인 공개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에까지 콘텐츠를 선보이며 매출이 급증세다.
□ 올해 국내 극장가는 아니메의 공세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일 개봉한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가 32만 명을 모으며 만만치 않은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8일에는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한다.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가 하반기 극장가를 찾을 전망이다. 6일 기준 올해 일본 영화 시장점유율은 24.4%다. 누그러진 반일 정서를 감안하면 아니메의 선전이 이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