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대신 편의점·햄버거 즐겼어요"... 아이들 영양 균형도 빨간불

입력
2023.03.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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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키즈, 마음 재난 보고서: ①-5]
소아 비만과 영양 결핍이 동시에 증가한 이유


편집자주

“아이들은 모두 자란다. 한 사람만 빼고.” 소설 ‘피터팬’ 첫 문장입니다. 어쩌면 한국엔 여느 세대처럼 제때 자라지 못한 ‘피터팬 세대’ 가 나올 지 모릅니다. 긴 거리두기, 비대면수업 탓에 정서·사회 발달이 더뎌진 ‘코로나 키즈’ 말입니다. 마스크와 스마트폰에 갇혀, 아이들은 ‘제대로 클 기회’를 놓쳤습니다. 방치하면 소중한 미래를 영원히 잃게 됩니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 그 회복에 필요한 어른들의 노력을 함께 짚어 봅니다.



평소에 엄마가 왜 무릎, 허리가 아프다고 했던 건지, 제가 살쪄 보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수연(가명)이는 160㎝대 중반의 키에 체중은 70㎏이 넘는다. 갑자기 체중이 불어난 건 코로나 사태가 터진 3학년(2020년) 때부터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신체 활동이 줄자 살이 확 찌기 시작했다고 한다. 3학년 한 해 동안 체중이 20㎏ 가까이 늘었단다.

바뀐 식습관도 체중 증가에 한몫했다. 수연이네는 당시 슈퍼를 운영했는데, 그래서 집에 있다 보면 쉽게 과자에 손이 갔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빈도도 늘었다.

코로나로 활동 줄자 아동비만 급증

체중이 불자 수연이 건강엔 빨간불이 들어왔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고, 누웠다 일어나는 것마저 불편했다. 과체중 탓에 걸을 때마다 발목이 꺾이기 일쑤였다. 몸무게가 갑자기 늘면서 원인 불명의 뾰루지가 등에 생겼다. 주사 치료를 받았지만 계속 긁는 바람에, 냉동요법(병변을 얼려서 제거)까지 받아야 했다.

몸무게와 함께 스트레스도 늘었다. 코로나 탓에 못 만난 친구들을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살쪘다는 놀림을 받을까 봐 불안하기도 했다. 결국 대학병원 비만클리닉을 다니기 시작했다. "올해는 기필코 비만에서 탈출하려고 해요." 걷기 운동을 자청한 수연이의 의지는 굳다.

코로나로 인한 외부활동 급감은 수연이뿐 아니라 많은 아이들의 마음과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학생건강검사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 과체중·비만 비율은 2019년 26.8%에서 2021년 32.9%로 상승했다. 앞선 2년간 변동치(2017→2019년 3.8%포인트)를 감안하면, 2021년 상승치(2년간 6.1%포인트)는 분명 코로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의들도 소아비만 증가를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김은실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초등학교 고학년 비만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비만학생 중 지방간 검사를 받는 학생이 이전에 비해 두 배가량 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달·분식의 결과... ‘배부른 영양불균형’ 역설

엄마, 아빠 모두 일 나가서 배고플 땐 혼자 편의점에서 과자 사서 먹었어요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11살 시우(가명)의 회상)

‘많이 먹는’ 아이뿐 아니라 ‘제대로 안 먹는’ 아이도 문제다. 코로나 기간 학교 급식이 제한되거나 중단되자, 식사를 챙겨 줄 어른이 없는 취약계층 아이들이 특히 영양 불균형 현상을 겪었다. 충청 지역에 사는 맞벌이 가정 4형제(중학생 1명, 초등생 3명)는 코로나가 한창일 때 학교가 폐쇄되고 센터도 이용이 어려워지자 외부 음식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형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나눠준 급식쿠폰으로 식당보다는 분식집과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 먹고 싶은 것만 찾아 먹었더니, 형제들의 체중은 눈에 띄게 불어났다고 한다.

조손가정도 영양 사각지대다. 조부모와 함께 사는 지후(가명·초등 4학년)는 초등학교 입학 후 끼니를 자주 거르게 됐다고 한다. 입학하던 해 코로나가 터져 등교를 못 하자 점심을 챙겨줄 사람이 없었다. 출근하는 할머니가 밥을 챙겨두고 나갔지만 지후가 손을 대지 않아, 할머니는 할 수 없이 짜장면 등 배달 음식을 시켜줘야 했다

코로나가 주요인이 된 비만, 영양불균형은 이미 체력 저하로 이어졌다.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5·6학년 중 저체력으로 분류되는 4·5등급의 비율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15.3%, 14.3%에 이른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8.5%)과 비교해서 저체력 비율이 크게 늘었다. 경기 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7년 차 이모 교사는 “과거 아이들에게 줄넘기를 시켰을 땐 100번은 거뜬히 했는데, 이제는 20~30번만 하고 헐떡인다”며 체력 저하 현상을 걱정했다.

코로나 키즈는 만성질환에도 과거보다 더 취약하다. 김도현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살이 찌면서 소아당뇨, 소아고혈압 등 합병증까지 진행된 아이들이 병원을 찾는 경우가 확 늘었다"고 걱정했다.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은 5명 중 4명꼴로 성인 비만으로까지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고혈압·고지혈증 등 각종 대사질환의 위험은 40~60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수 비타민, 무기질과 같은 영양소가 결핍돼 나타나는 영양불균형은 골밀도, 면역체계 등에 문제를 일으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아이들은 놀고 싶어도 놀 곳 없다


모든 아이들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당사국은 문화 예술 활동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증진하며, 문화·예술·오락활동을 위해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 제공을 촉진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

적어도 코로나 기간 동안 한국은 '아이들의 놀 권리'를 규정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뛰어놀 곳 없었던 아이들의 건강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학생 건강 보호·증진 의무를 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학교체육진흥법에는 '저체력 또는 비만 판정을 받은 학생을 위해 학교가 건강체력교실을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팬데믹 탓에 대부분 운영하지 못했고 작년이 돼서야 일부 학교만 운영을 시작했다.

코로나 기간 학교 운동장과 동네 놀이터는 방역을 이유로 폐쇄됐고, 실내 체육 활동도 제대로 이뤄지지 어려웠다. 폐쇄가 2년 이어지다가 막상 놀이공간이 제한 없이 열리자, 지금껏 또래와 같이 놀아본 적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놀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대전의 한 지역아동센터장은 “코로나 때 아이들은 실내에서 거리두기를 하느라 가림막을 치고 혼자 놀아야 했다”며 “그러다 보니 이제는 놀 시간을 줘도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때 외부 활동이 어려웠더라도 아이들의 신체 활동은 지속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유조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아이들은 코로나로 집에 머물 때도 층간소음 때문에 제대로 놀기도 어려웠다”며 “한창 뛰어놀 시기에 건강에 좋지 않은 좌식 위주 생활에 적응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외국에선 소아 비만 퇴치를 위해 자습시간,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아동의 신체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며 "우리도 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신체 활동 프로그램을 늘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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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COVIDKids/)

오세운 기자
최나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