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인사 벗어나야 정순신 사태 재발 막는다

입력
2023.02.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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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인 25일 물러났다.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과 이에 대한 정 변호사의 과도한 법적 대응이 문제가 됐다. 조기 사퇴로 논란을 잠재웠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적지 않았던 인사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어서 가볍게 볼 수 없다. 근본적으로 검찰 출신 측근을 쓰겠다는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 인사'가 문제의 원인임을 직시하고,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측근 기용을 그만두기 바란다.

대통령실은 26일 "인사 검증에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낙마 이유가 된 자녀 학교폭력은 통상적인 인사검증 자료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폭력 피해자는 아랑곳없이 아들 입시를 위해 법적 대응을 이어간 정 변호사의 태도가 문제라는 게 이미 2018년 KBS 보도로 알려졌다. 당시 현직 검사의 문제를 법무부, 검찰이 파악하지 않았을 리 없다. 또 윤 대통령이 대검, 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일한 정 변호사를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란 점에서 검증 제도만 문제 삼기는 어렵다.

현 정부는 서울대 법대 출신, 60대, 남성에 편향된 조각으로 비판을 받았고 대통령 측근 인사 다수가 논란을 일으켰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지명 후 43일간 버티다 물러났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 출신의 윤재순·이시원 대통령실 비서관은 성추행과 간첩 증거 조작 연루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흠결 큰 이들이 걸러지지 않은 것은 검증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의지의 문제로, 결국 윤 대통령 책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답정너'식 인사가 아니라면 한 달에 걸친 정 변호사 검증도 이번과는 달랐을 것이다.

자녀 학교폭력이 아니라도 검찰 출신인 정 변호사 임명은 국가수사본부마저 검찰이 장악하고 정권이 경찰 수사에 개입할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윤 정부 출범 1년도 안 돼 검사 14명, 수사관 3명 등 검찰 출신이 정부 곳곳에 포진하는 것에 국민 불안이 크다. 최근엔 금융권과 공공기관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능력과 자질을 무시하고 우리 편을 심겠다는 인사는 정부를 무능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끝내 정권에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