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일 연속(27~29일) 흥행 1위에 올랐다. 지난 27일에는 개봉(4일) 이후 처음으로 일일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개봉 3주 넘은 영화가 뒤늦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일일 관객이 크게 줄지 않아 장기 흥행이 예상된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29일 9만8,264명을 모아 누적 관객 192만2,721명을 기록했다. 늦어도 1일 200만 관객을 달성할 전망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 이변은 일일 관객 수에서도 감지된다. 29일 관객은 설 연휴를 겨냥해 18일 나란히 개봉한 한국 영화 ‘교섭’(7만5,888)과 ‘유령’(3만2,694명)의 합산 관객(10만8,582명)과 엇비슷하다. ‘아바타: 물의 길’ 등 경쟁작들이 연휴가 지나자 관객 수가 급감한 반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연휴와 지난 주말 관객 수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관객 수가 홀로 줄지 않으면서 개봉 23일 만에 ‘역주행 1위’라는 기현상을 만들어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수입사 에스엠지홀딩스와 배급사 NEW가 책정한 흥행 목표치를 이미 넘어섰다. NEW의 김민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아주 잘되면 최종 관객이 150만 명까지는 되리라 내다봤다”며 “흥행세를 타면서 200만 명까지 목표를 수정했다가 300만 명까지 바라보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원래 겨냥한 관객층은 40대였다. 1990년대 인기 원작 만화 ‘슬램덩크’와 동명 TV애니메이션에 대한 향수가 강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성인이 주로 볼 애니메이션이나 더빙 판 관람 비중이 높다. 29일까지 관객 46.8%가 더빙 판으로 이 영화를 즐겼다. 한국을 설정으로 한 원작 만화와 TV애니메이션을 즐긴 중년 관객의 선호도가 반영됐다. 김민지 팀장은 “자녀와 함께 극장을 찾는 아빠 관객이 늘면서 더빙 판 관람 비중이 더 높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다음 관심은 일본 영화 국내 최고 흥행 수치(2017년 개봉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379만 명)를 넘어서느냐다. 당분간 새 강적이 없어 관객을 쌓아갈 수 있다. 2월 15일 개봉하는 마블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최대 흥행 적수다. 황재현 CGV 전략담당은 “개봉 초기 남성 관객 비중이 62%였으나 지금은 53% 정도”라며 “20대와 여성으로 관객층이 확산되고 있어 장기 흥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