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바로 보기 | 8부작 | 15세 이상
키는 190㎝에 육박한다. 독특한 음색에 목소리는 높다. 50대 여성 줄리아 차일드(1912~2004)는 어디서든 눈에 띌 만한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 요리 전문가다. 외교관 남편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 체류할 때 요리 명문 르 꼬르동 블루에서 수학했다. 미국으로 돌아와 쉰 언저리 나이에 요리책 ‘프랑스 요리의 기술’을 냈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줄리아는 멈추지 않았다. 요리 방송을 시작했고 전국적인 명사가 된다. 드라마 ‘줄리아’는 줄리아(세라 랭커셔)의 성공기를 전한다.
시작은 미약하다. 줄리아는 책 소개 방송에 나갔다가 오믈렛 요리 시연을 한다. 시청자 반응은 뜨겁다. 줄리아는 방송으로 프랑스 요리법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풋내기 연출 보조 앨리스(브리트리 브래드포드)가 줄리아에게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줄리아와 앨리스는 방송국에 프로그램 제작을 제안하나 남성 간부들은 손사래를 친다. 우여곡절 끝에 파일럿프로그램을 만든다. 반응이 나쁘지 않다. 줄리아는 방송을 계속 만들고 싶다. 담당 PD 러셀(프랭크 크랜츠)이 비용을 핑계 삼아 거부 의사를 밝힌다. 줄리아는 식재료비 등 제작비를 부담하겠다고 나선다. 러셀의 예상과 달리 요리 방송 ‘더 프렌치 셰프’는 큰 반향을 얻는다.
1960년대 초반 보스턴과 뉴욕이 주요 배경이다. 사회 모든 분야가 그렇듯 방송국은 백인 남성들이 틀어쥐고 있다. 줄리아가 방송을 시작할 때 애를 먹었던 이유다. 줄리아는 낙관적 사고와 사교성, 주변사람들에 대한 배려로 난관을 헤쳐 나간다.
남편 폴(데이비드 하이드 피어스)의 사랑과 지지와 지원이 힘이 되고, 친구 에이비스(베베 뉴우어스)는 우정과 신뢰로 우군이 된다. ‘프랑스 요리의 기술’ 편집자 주디스(피오나 글래스콧)가 측면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 앨리스 역시 든든한 후원자다. 주변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줄리아를 돕는데 약자들의 연대로 표현할 수 있다.
폴은 강제 은퇴한 실업자이고, 에이비스는 남편과 사별 후 소일거리 없이 혼자 산다. 주디스는 출판계에서 드문 여성 편집자다. 앨리스는 흑인 여성이다. 사회에서 퇴물 취급을 받거나 성별과 인종 차별을 받는 이들이다. 이들은 줄리아와 ‘더 프렌치 셰프’를 중심으로 뭉쳐 삶의 보람을 찾고 각기 살아갈 힘을 얻는다.
여러 사람이 교류하며 일하다 보니 갈등이 따른다. 인물들은 서로에게 가끔 지나치게 기대하거나 조금씩 서운해한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건 매사 유쾌하고 긍정적인 줄리아다. 드라마는 밝고 따스하게 가끔은 유머를 담아 줄리아의 남다른 인생 후반전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