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건강보험료의 보험료율 법정 상한선(8%)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려면 국민 부담을 더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 대해선 '더 내고 더 받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사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의대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선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건강보험의 주요 수입은 국고 지원과 건보료인데,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해 가까운 시일 내에 (보험료율 법정) 상한에 도달한다"며 "국고 지원과 보험료율 상한 문제를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보 직장가입자가 월 소득에서 납부하는 보험료율은 현행법상 8%를 넘지 못한다. 국민 부담이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한 장치였는데, 조 장관은 건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보험료율이 8%로 오를 경우 직장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는 2만 원 정도 인상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앞서 내년도 보험료율을 올해보다 1%포인트 올린 7.09%로 확정했는데, 7%를 돌파한 건 22년 만이었다.
조 장관은 보험료 외에 건보의 주요 수입 항목인 국고 지원에 대해선 '5년 일몰제'를 한 차례 더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매년 전체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국고와 기금에서 지원하는데, 올해 말 종료된다. 일몰제를 폐지해 항구적 국고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주장에는 반대한 것이다.
그는 "국고 지원 일몰 조항은 현행처럼 5년 더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건보 지출 효율화와 구조 개혁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국고 지원 기한을 별도로 논의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의 건보 적용을 제한하는 개혁안에 이어 보험료율 인상 필요성까지 언급해 '의료 이용자의 부담만 높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조 장관은 "MRI·초음파 등 과잉진료를 고치겠다는 것이고, 보험료율은 지난 5년간 미비했던 걸 살펴본 것"이라며 "건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조 장관은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 대해선 "재정추계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복지부 장관이 방향성을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국민이 내는 연금 보험료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고, 평균 급여도 60만 원으로 낮아 '용돈연금'이란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지금보다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정권 말 연금 개혁 완성판을 내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을 포함해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연금 제도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혁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의대정원 확대 논란에 대해선 "의사 인력 확충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안정화 추세를 고려해 의료계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