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 축구 대표팀이 독일에 2-1로 역전승을 거두자 일본 열도 전체가 흥분했다. 도쿄 시부야 거리엔 새벽까지 환호하는 인파가 몰려들었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엔 기쁨을 나누는 표현이 넘실 거렸다. 월드컵 본선에 7번 진출한 일본이 우승 경험이 있는 국가를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가 열린 23일 밤 아사노 다쿠마 선수의 역전 골이 터지자 TV시청을 하는 사람들의 흥분한 목소리가 집 밖까지 울려 퍼졌다.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서포터 등 약 750명이 집결해 응원전을 펼친 도쿄돔시티의 한 극장 내부도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도쿄 JR시부야역 앞 광장엔 스마트폰 등으로 경기 중계를 보는 사람의 주위에 수십 명씩 몰려들어 “힘내라”를 외치며 응원했다.
경기가 종료되자 승리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부야역 근처 주점이나 식당에서 경기를 관전하던 유니폼 차림의 사람들은 ‘닛폰’을 외치며 스크램블 교차로에 뛰어들었다. 흥분한 인파를 우려해 사전에 배치된 다수의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들을 통제했다. 한 대학생(21)은 “역사적인 승리로 정말 기쁘다. 모두와 함께 기쁨을 누리고 싶어 역 앞에 왔다”고 말했다.
일본 트위터에선 ‘도하의 환희’ 혹은 ‘도하의 기적’이 화제 검색어에 올랐다. 한 네티즌은 "'도하의 비극' 당시 선수였던 모리야스 감독이 28년 후 '도하의 기적'을 일으켰다"며 기뻐했다.
도하의 비극이란 1993년 10월 28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린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 때 일본이 무승부에 그치며 본선행 진출이 좌절된 사건을 말한다. 이라크와의 경기 직전 일본 대표팀은 그룹 1위로 첫 월드컵 본선 출전을 기대하고 있었고, 경기 종료 직전까지도 2-1로 이기고 있었다. 그러나 추가 시간 때 이라크에 동점골을 허용했고, 승점이 같았던 한국에 골 득실 차로 뒤져 예선 탈락했다.
24일 오전 일본 트위터에선 ‘공휴일로 했어야(#祝日のはず)’라는 검색어도 인기를 얻었다. 역시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에 승리한 후 다음날을 공휴일로 선포한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일본도 하루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