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교 일로 제주도에 갔다 포도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라는 제목의 전시를 관람했다. 전시는 '디아스포라와 세상의 모든 마이너리티'를 주제로 삶의 터전을 떠나 낯선 곳에 정착한 이주민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미디어 아트와 설치 작품 등으로 이루어진 전시 자체도 훌륭했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이주민의 삶과 소외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람객이 개막 3달 만에 2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이주민에게 가장 배타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2021년 말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숫자는 약 200만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약 3.8%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이 비중은 10%가 넘는다. 또한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 즉 난민 심사를 완료한 사람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한 비율은 지난 10년 평균 약 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5%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널리 확산하고 있다. 2018년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입국한 약 550명의 예멘인들이 난민 지위를 신청하면서 난민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당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이 대체적으로 60%에 이르고 있다. 특히 20대에서 이 비중은 7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테러리스트를 받아줘선 안 된다", "이슬람이 들어와 여러분의 아들을 죽이고 딸과 며느리를 강간할 것이다", "자국민도 죽네 사네 하는 마당에 난민이라니. 난민을 받으면 그들에게 드는 돈은 누가 내느냐"라는 등 난민에 대한 혐오 발언이 넘쳐났다. 난민뿐 아니라 심지어는 같은 동포인 조선족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를 향한 비하와 혐오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널리 퍼진 상황에서 이번 전시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소수자 인권을 전공하는 학자로서 반갑기까지 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전시를 둘러보며 이주민의 삶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우리 사회 분위기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주민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외국으로부터 인구 유입이 없을 경우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의 5,200만 명에서 2070년 3,800만 명으로 약 1,400만 명 이상 줄어들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더 나아가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2070년 4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부양해야 하는 고령 인구 비율도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인종과 피부색, 언어와 문화 등이 조금 다르더라도 이주민을 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적인 이유다. 전시의 메인 테마인 '그러나 우리는 사랑으로'라는 이름의 전시실에서 들었던 노래의 가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우리 함께 서 있어요 거친 바다가 땅을 지워 / 우린 먼 길을 왔네요 그래요 알아요 / 우리가 택한 것과 택한 적 없었던 모든 것들로 / 우리가 우리가 된 걸요… 우린 다르기엔 너무 같아요 / 바다는 너무 얕아요 / 우리를 갈라놓기엔 가로막기엔 / 우린 아직 서로를 다 몰라요 / 가야 할 길은 더 멀어요 /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