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깬 감자·케이크... 다음은? 과감해진 기후위기 시위

입력
2022.10.25 12:00




유럽의 유명 전시장에서 거장의 작품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환경단체들이 대중의 눈길을 끌기 쉬운 유명 예술작품을 '액션' 대상으로 삼으면서다.

24일 기후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들은 세계적 밀랍인형 전시관 마담투소 런던 전시관에서 찰스 3세 국왕의 밀랍인형 얼굴에 케이크를 투척했다. 투척 직후 이들은 그 자리에서 "화석연료 사용이 인류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독일 포츠담의 바르베리니 박물관에서는 '마지막 세대(Last Generation)' 소속 활동가들이 프랑스 인상주의 거장 클로드 모네의 작품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던진 뒤 접착제 바른 손을 전시장 벽면에 붙이고 시위를 벌였다.

예술작품 훼손 시위가 처음 시작된 지난여름만 해도 손에 접착제를 바른 뒤 명화 또는 액자에 갖다 대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엔 음식물을 작품에 던지는 과감한 방식으로 시위가 바뀌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기후활동가의 시위 방식은 전시장 내부에 페인트로 구호를 적은 뒤 작품 액자에 접착제를 바른 손을 갖다 대는 정도였다.

지난 6월 말 활동가들은 영국 런던과 글래스고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꽃이 핀 복숭아 나무'와 호레이쇼 맥컬로크의 풍경화 액자에 접착제 바른 손을 갖다 댔다. 다소 소극적이고 정적인 이 같은 방식의 시위는 7월 초까지 이어졌다. 활동가들은 영국 런던 왕립예술원에 전시된 ‘최후의 만찬’에도 액자에만 손을 갖다 댔다.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좀 더 자극적인 액션이 필요해서였을까, 활동가들은 이후 액자를 넘어 작품에 직접 손을 갖다 대기 시작했다. 7월 22일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된 산드로 보티첼리의 작품 '프리마베라'가 그 첫 대상이 됐다. 시위 직후 활동가들은 경비원에 의해 퇴장당했고, 미술관 직원은 손자국이 묻은 부분을 서둘러 지워야 했다. 지난 9일에는 '멸종 반란' 소속 회원들이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서 피카소의 반전 작품 '한국에서의 학살' 위에 접착제 바른 손을 붙이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작품에 손을 갖다 대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가 작품 위에 음식물을 뿌리는 과감한 시위가 지난 14일 처음 나타났다.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들이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반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 토마토 소스를 뿌린 것이다. 이후 예술작품을 액션의 대상으로 활용한 시위에서 으깬 감자, 케이크 등 음식물 투척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 같은 음식물 투척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명화들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소스를 뿌리거나 손을 갖다 댄 작품엔 유리가 끼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액자만 일부 파손된 경우가 있어 수리 후 재전시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