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수억 원씩 떨어진 거래가 성사되면서 집값 폭락의 전조인지, 아니면 특수한 이상거래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거래 절벽 속에 가격이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한 매물 등 값이 크게 떨어진 아파트들이 속속 거래되면서 시장에 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북권 인기 지역 중 하나인 마포구 '염리삼성래미안'은 전용면적 84㎡(16층)가 지난달 21일 8억 원에 거래됐다. 작년 9월 같은 평형(8층)이 15억4,500만 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실거래 가격이 이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에 입주민 사이에서는 동호수를 추적하고 "매수자 입주를 막아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하는 실정이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도 최근 이상거래가 포착되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20층)는 지난달 26일 13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보다 한 달 전인 8월 26일 같은 평형대가 22억 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8억 원이나 낮은 가격에서 매매가 이뤄진 것이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직거래라는 점에서 가족이나 지인 등 특수관계인 간 매매가 의심된다"고 귀띔했다.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면적 84㎡ 또한 올해 8월, 8개월 전보다 9억 원 떨어진 15억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이상거래는 이뿐 아니다. 경기 일부 아파트에서는 84㎡ 평형이 더 작은 평형의 매물보다 싸게 거래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7월 입주를 시작한 수원시 매교동 매교역푸르지오SKVIEW 전용면적 85㎡ 분양권은 60㎡ 거래가(7억9,705만 원)보다 낮은 6억5,000만 원에 팔렸다. 용인시 상현동 '광교상록자이'는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10억7,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3월 전용면적 59㎡가 10억8,000만 원에 계약된 것보다 낮았다. 6개월의 시차를 감안하면 집값 하락이 현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아파트값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8월 2.56% 내려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하락률은 -6.63%로 부동산원이 2006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크게 떨어졌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거래가 여럿 등장하고, 규모가 큰 아파트가 작은 아파트보다 싸게 팔리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문가들 또한 의견이 분분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가운데 대출금리가 오르다보니 거래가 줄어 매도자들이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가 오른다면 집값은 급락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과 같은 급격한 금리 인상과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질 경우 집값 폭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집값 하락기엔 절세 목적으로 특수관계자 간 증여성 거래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염리삼성래미안이나 핼리오시티의 경우 하락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낮게 거래된 것으로 봐 특수한 거래"라고 진단했다. 아직 폭락 전조라고 볼 수 없다는 평가인 셈이다.
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현재의 집값 하락이 폭락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국적으로 (집값이) 50% 가까이 오르고 지금 6%가량 내렸다"며 "(이 수준이라면) 폭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역대 가장 적은 2만 가구 수준이라며 "물량 자체가 보릿고개인 시점이라 (폭락으로) 단정 짓기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매도인 호가도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고, 시장 가격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