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작심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 입법 과정을 놓고 의견을 밝힌 건 이례적이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법안처리를 끝내 강행할 경우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출입 기자들과 가진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어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며 “야당이 소위 그 비용 추계서도 없이 통과시켰다”고 직격했다. 전날 민주당 주도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여당과 정부는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쌀의 과잉생산을 더 조장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물량으로 농민들이 애써 농사지은 쌀값이 폭락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도 금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쌀 격리를 했다”며 “이것은 정부의 재량사항으로 맡겨 놓아야 수요와 공급 격차를 점점 줄이면서 우리 재정과 농산물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과정에서 재고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언급은 그동안 국회나 당과 관련한 현안에 대해 거리를 그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을 쌓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여당도 개정안을 '악법'으로 규정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쌀 농가에만 특혜를 주고 쌀 과잉생산으로 국가 전체가 1조 원 넘는 돈을 매년 부담하게 하면서 쌀농사를 짓지 않는 다른 농민들의 몫을 빼앗아 가는 아주 나쁜 법”이라며 “(만약) 통과돼 시행될 경우 민주당이 농민들로부터 반드시 원성을 들을 악법이란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