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돌고래 무리를 본 적이 있다. 우연히 마주한 생명의 펄떡임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좁은 수족관을 벗어나 고향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도 그 바다 어디선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을 것이다. 인간에 의해 자연의 일부로 살아갈 권리를 빼앗겼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제자리를 찾았지만, 지구 곳곳에서 생물 다양성을 무너뜨리는 생태계 붕괴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언어의 소멸도 심각하다. 21세기 한 세기 동안 현존하는 7,000여 개 언어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한 언어의 소멸은 언어 사용자의 자연 감소뿐만 아니라 한 문화가 지배적인 문화의 영향을 받아 원래 언어를 버리게 되는 문화 동화에서 기인한다.
유네스코는 언어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다언어 교육을 제안하고 있다. 다언어 교육은 자신과 다른 세계관을 지닌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다른 문화와의 공존을 위한 바탕이 된다. 800여 개의 언어가 공존하는 파푸아뉴기니에서는 다른 부족의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그 부족의 언어를 배우고, 심부름 보낸 아이가 이웃 부족의 언어를 깨우치는 일이 자연스럽다고 한다.
한국어 중심 사회에서 수어는 그동안 언어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보조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 취급돼 왔다. 수어를 자발적으로 배우려는 사람들도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없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미국 수어를 스페인어, 프랑스어 다음으로 외국어 과목으로 선호한다는 미국 대학의 선례처럼, '세계 수어의 날'인 오늘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공용어인 한국 수어 과목을 배우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