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비대위' 무효 판결... 혼란 조속히 수습해야

입력
2022.08.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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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비대위 둘 정도 비상상황 아니다"
윤핵관 책임론, 대통령도 리더십 발휘를


법원이 2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비대위 전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사실상 인용했다. 본안 판결 때까지 주 위원장의 직무집행이 정지되는 것으로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주호영 비대위’로 추후 전당대회를 치르려던 여권의 구상은 좌초된 반면 이 전 대표는 정치적 반전을 모색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법원 결정으로 걷잡을 수 없는 패닉에 빠져들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전국위원회 의결 중 비대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당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기간이 지나가더라도 이 전 대표가 당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히려 일부 최고위원들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권성동 당대표직무대행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게 됐다. 주 비대위원장은 법원의 결정을 비판하며 직무정지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번 사태는 당이 자초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애초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놓고 무리하다는 안팎의 우려가 분분했다. 27일 긴급의원총회에서 입장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은 법원 결정을 수용하고 향후 절차를 밟는 게 순리일 것이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정당 내부 사안에 적극 개입한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는 법원의 뼈아픈 지적부터 무겁게 받아들이는 게 정상이다.

특히 성급한 절차를 강행하는 데 ‘윤핵관’들의 영향이 작용했다는 게 일반의 인식이다. 권 원내대표야말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내부총질’ 문자를 노출하는 등 당을 위기로 몰아간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새 원내대표를 뽑아 당대표 직무대행을 지명하는 일정을 짜야 마땅하다.

가처분 인용에 이 전 대표 측은 “역사적인 판결”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내년 1월 당대표로 복귀할 가능성이 열린 만큼 이 전 대표는 더 이상의 공격을 멈추는 게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당의 수습국면에도 협조하기 바란다. 윤 대통령도 여당 연찬회에서 “당정이 하나가 돼 국민, 민생만을 생각하자”고 의기투합한 만큼 이 전 대표를 직접 만나 앙금을 풀 필요가 있다. 여당이 비대위 전환에 속도를 낸 계기가 ‘내부총질’ 문자가 확인된 시점이란 점에서 결자해지할 당위성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