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집권 초 국정 지지도가 하락한 데 대해 “지지율 자체보다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잘 받들겠다"며 “저부터 분골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로 나타난 민심의 경고와 국정 쇄신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임기 초 20%대까지 추락한 지지율에 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여러 지적된 문제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세밀하고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인사 실패 비판도 겸허하게 수용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 다시 다 되돌아보면서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며 "벌써 시작을 했다.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지금 짚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초 "지난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며 언성을 높이던 것과 확 달라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민심의 경고에 자세를 낮췄지만, 회견에서 국정 쇄신 방향이나 구체적 반전 카드는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인사 쇄신이란 것은 민생을 받들기 위해서 아주 치밀하게 점검해야 하는 것이지, 정치적 국면 전환이라든가 지지율 반등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신중론을 유지했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선 “민생 안전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떤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며 에둘러 갔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제안한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북한에 무리한, 힘에 의한 현상 변화는 전혀 원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돕겠다”고 강조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선 “양국이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강화할 때 양보와 이해를 통해 과거사 문제가 더 원만하게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에 대해선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산업구조하에서는 여기에 적용될 노동법 체계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의 강경 투쟁에 대해서는 "불법은 용인하지 않으면서 합법적인 노동운동과 자율적인 대화는 최대한 보장하는 원칙을 앞으로도 반드시 지킬 것"이라면서도 "분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안 마련도 정부가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54분간의 기자회견 중 20분가량을 취임 100일의 성과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규제혁신과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 경제 정책, 한미정상회담 개최와 방산 수출 등을 주요 성과로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