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이웃, 욕설 집회에 불경으로 '맞불'… "살고 싶다"

입력
2022.07.29 11:07
"두 달 넘게 욕설과 고성… 어떻게든 살아야겠다"
집 앞에 대형 스피커 2대 설치해 불경 소리 재생
방어 차원… 소음기준치 넘지 않으면 문제 없어

경남 양산 평산마을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이웃주민이 집 앞에 스피커를 설치해 불경을 틀기 시작했다. 문 전 대통령 사저를 향해 욕설 등을 하는 극우단체 회원들을 향한 맞불 차원이다.

29일 평산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에 사는 박모(46)씨는 지난 26일부터 집 앞에 대형 스피커 2대를 설치했다. 극우단체 집회 소음이 커질 때마다 목탁 소리가 섞인 불경을 틀어 맞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박씨 집은 문 전 대통령 비난 시위를 하는 장소와 100여m 거리를 두고 있다. 평산마을 한 주민은 “마을 사람 대부분이 통도사 절에 다니는 불교 신자라 욕보다 차라리 듣기 좋다”고 말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천주교 신자다.

도예가인 박씨는 문 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마에 불을 때는 일상을 공개할 당시 함께 했던 이웃으로, 최근 보수단체의 표적이 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는 “두 달 넘게 욕설과 고성이 이어지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짜낸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소음·진동 관리법에 따르면, 주거지역 소음 규제 기준은 주간 65데시벨(db) 이하로 기준치를 초과하면 과태료 등을 부과한다. 경찰은 “방어 차원에서 집 앞에 스피커를 설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별도의 집회가 아닌 이상 소음진동 규제법을 적용하는데, 법적 소음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귀향 이후 평산마을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극우단체의 집회가 열려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는 정신과 진료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주말도 보수단체 4개를 비롯해 문 전 대통령 지지 단체 3개 등 모두 7개 단체 150여 명이 모이는 집회가 예고돼 있다.

양산= 박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