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무역…6개월 적자, 벌써 '2008년 금융위기' 넘었다

입력
2022.06.13 17:00
3면
올 들어 138억 달러 무역 적자, 역대 최대
원자잿값 상승에 수입액 증가, 수출도 불안
25년 만에 쌍둥이 적자 가능성도 솔솔

올해 들어 약 6개월 만에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국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연간 수준을 웃돌면서 물가뿐 아니라 무역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곡물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수출액을 앞지르고 있는 가운데, 그간 성적이 양호했던 수출마저 이달 초순 뒷걸음질친 게 뼈아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등 대외 환경 악화가 한국 경제를 계속 짓누를 경우 무역수지 적자 확대는 불가피해진다.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한국의 국가 신인도와 직결된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모두 적자 늪에 빠지는 '쌍둥이 적자'가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양호했던 수출도 불안, 중국 봉쇄 여파

관세청이 13일 발표한 '6월 1~10일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이달 초순 수출액은 151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7%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조업일수가 6.5일로 이틀 줄어든 영향이 커 아직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이 위기에 빠졌다고 단정짓긴 어렵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출 증가세가 점점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코로나19 방어를 위한 봉쇄 정책으로 빗장을 잠그면서 수출 역시 타격을 받고 있어서다. 이달 1~10일 중국을 향한 수출액만 봐도 전년 대비 16.2% 줄었다.

이달 초순 수입액은 210억6,4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7.5% 뛰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공급망 차질로 △원유(88.1%) △석탄(223.9%) △석유제품(86.2%)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한 여파다. 올해 초와 비교해 100원 가까이 오른 환율도 수입액을 높인 주요 원인이다.


우크라 사태·환율 상승, 무역 적자 더 커질 듯

수입액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138억2,2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적자다. 금융위기로 국내 경제가 타격받은 2008년 연간 무역수지 적자(132억6,741만 달러)도 벌써 넘었다.

문제는 무역수지 적자 확대가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이다. 무역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는 올해 500억 달러 흑자(한국은행 전망)로 예상되지만, 대외 여건이 계속 불안정하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연간 경상수지 적자가 현실화하면 코로나19 이후 고착화한 재정수지 적자와 함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쌍둥이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한국 경제 체력을 가늠하는 척도인 경상수지(대외 지불 능력), 재정수지(경기 충격 버팀목) 모두 적자를 기록할 경우 국가신용등급 등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교적 양호한 수출은 공급망이 회복되면 현재 상황을 유지하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겪는 고물가 여파로 수입 단가는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환율 상승까지 겹쳐 적어도 무역수지 적자는 3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