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합리적인 소장파로 알려진 이상민 의원이 6·1 지방선거 참패 이후 격화한 당 내분에 대해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공부 모임으로 둔갑한 계파들에 대해 해체 명령을 해야 한다"고 13일 말했다.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과 친명(친이재명) 김남국 의원이 주말 동안 벌인 '수박 논쟁'에 대해선 "국회의원들의 대화치고 찌질하다"고 질타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우 비대위원장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나름 각오를 보여줬다. '볼썽사나운 언어 사용 언동은 금지한다' 이렇게 말한 모습은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부족했다"며 추가 쇄신을 주문했다.
새 비대위원장이 직접 당내 "실질적 계파 모임에 해체 선언을 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이상민 의원은 "민평련, 민주주의 4.0, 더 좋은 미래, 처럼회 이런 등등 (모임)이 계파로 작용을 하는데, 마치 공부 모임 하는 것처럼 둔갑을 했다"며 "공부 모임 절대 하지 않도록 비대위원장으로서 그런 조치를 취해야 됐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가 주축이 된 '민들레(민심 들어 볼래)' 모임이 비윤(비윤석열 세력)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장제원 의원 등이 불참키로 한 사례를 들며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그런 개선 노력에 대해서 본을 받아야 된다"고도 강조했다.
"당이 상당히 오염돼 있다"는 표현으로 민주당 내 계파 정치, 계파 간 갈등을 부추긴 팬덤 정치에 대해 저격한 이상민 의원은 "지금까지 계파끼리 적당히 봉합하고 야합했다가 (갈등이) 곪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끼리끼리 만나는 패거리 정치를 극복해 나가려면 이미 하고 있는 것들(계파 모임)을 해체하는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이원욱·김남국 의원이 '처럼회' 해산을 놓고 벌인 설전에 대해선 "동료 의원, 어쩌면 선배 의원일 텐데 그걸 도둑이라고 표현하고, 도둑이 시민을 오히려 뒤집어씌운다는 표현으로 쓰는 건 적절치 않다"며 "이원욱 의원도 훌리건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국회의원들의 대화치고는 좀 찌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박 맛있네요"란 말과 함께 수박 사진을 올렸는데, 이재명 의원 지지층이 이원욱 의원을 비판하는 민주당 인사에 대해 나왔던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 표현을 비꼰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김남국 의원은 해당 글을 공유하면서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려 일부러 화를 유발한다"고 비판하면서 당내 '수박 논쟁'이 본격화됐다. 이원욱 의원은 다음 날 "누가 정치 훌리건의 편을 드는가, 현재 시점에서 의원들을 돌아보면 이른바 '친명 의원'이다. '처럼회' 왜 해산 안 하시나. 해산을 권유드린다"며 김남국 의원을 직격했고, 김 의원은 다시 "계파 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 해체 선언하면 잘못된 계파 정치 문화가 사라지는가.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상민 의원은 "저는 친문계뿐 아니라 이재명계 지지자들에게도 수박이란 말을 들었다"면서 "패거리 정치의식, 다수 의석이라는 걸 힘자랑하는 오만, 이런 것들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꾸지람을 듣고 하는 부분인데 그 부분을 고쳐야 된다. 계파가 장애가 되면 서로 간의 논쟁을 통해서 드러나게끔 해서 시정을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은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제기된 대의원·권리당원 투표권 등 룰 변경 논의를 놓고 "민심의 새로운 기풍을 받아들이고, 이 당의 민심에 가깝게 접합하기 위해서는 그 방안(룰 변경)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사실 목전에 두고 합의를 하지 않는 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투표 비율은 대의원 40%, 당비 6개월 이상 낸 권리당원 45%,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 당원 여론조사 5%로 반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