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국방장관이 10일 싱가포르에서 2년 7개월 만에 만나 핵실험 등 북한발(發)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 측은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할 대안 대신 “한반도 비핵화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 양자회담을 했다. 한중 국방장관의 대면 협의는 2019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가 마지막이었다. 올해 재개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만남의 계기가 됐다. 국방부는 웨이 부장의 요청으로 회담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회담 의제는 단연 최근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위협이었다. 이 장관은 웨이 부장에게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우려된다”며 “한중이 공조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보유하는 비용보다 핵포기로 얻을 혜택이 더 크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핵포기를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리 측 요구를 거듭 전했다. 이에 웨이 부장은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라는 목표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며 “양국이 이해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함께 협조해 나갈 것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한반도 이슈를 겨냥한 웨이 부장의 발언은 그간 중국 정부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줄곧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는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기보다 미국에 좀 더 책임을 물어 앞으로 북한 설득에 나설지 의문이다. 다만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까지 옹호하는 데엔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여 태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실제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9일(현지시간) 외신 인터뷰에서 “또 다른 핵실험을 보고 싶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 밖에 차관급 국방전략대화를 포함한 양국 국방부 및 군 당국 교류 활성화를 약속했다. 이 장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관련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추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