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죽자" 대구 방화범, 고함친 후 변호사와 사무장 흉기로 먼저 찔렀다

입력
2022.06.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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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와 사무장 시신, 사무실 안쪽에서 발견
범인이 안쪽으로 들어가 흉기로 찌른 후 방화 가능성
방화 사무실서 유일 탈출 사무장 "범인이 들어오자마자 고함 질렀다"

7명의 사망자와 50명의 부상자를 낸 9일 대구 법조빌딩 방화사건 용의자 천모씨가 사무실 진입 후 변호사와 사무장을 먼저 흉기로 찌른 정황이 부검 결과 확인됐다. 이날 사건이 발생한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무장 A씨는 "범인이 들어오자마자 '너 때문에 소송 졌다, 다 같이 죽자'라고 외쳤다"라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10일 대구변호사협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사망자 부검 결과 변호사 사무실에서 숨진 7명 중 변호사와 사무장 2명의 복부에서 흉기에 찔린 흔적이 발견됐다.

이들 2명의 시신은 사무실 안쪽에서 발견돼 용의자 천씨가 사무실로 들어가 먼저 이들을 찌른 후 방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건물 폐쇄회로(CC)TV를 보면 천씨가 사무실에 들어간 지 23초 후 불이 난 것으로 미뤄, 이 시간에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변호사와 사무장 상처가 현장에서 수거된 흉기와 일치하는지 정밀 감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와 사무장이 칼에 찔린 것은 맞지만, 직접적인 사인이 자상인지는 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당시 사무실에 있었던 사무장 A씨는 "(사무실) 안쪽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누가 들어오더니 '너 때문에 소송에서 졌다. 너랑 나랑 다 같이 죽자'라고 외쳤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방화 용의자 천씨는 이날 소송 상대방 변호사를 상대로 범행을 계획했으나, 해당 변호사는 타 지역에 출장을 갔고, 그 변호사의 사무장 A씨는 창문을 깨고 탈출했다. 숨진 변호사와 사무장은 사촌간으로, 변호사 2명이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해왔다.

경찰 감식 결과, 천씨가 법조빌딩 방화 시 사용한 인화물질은 휘발유로 확인됐다. 사건 현장인 203호 사무실에선 휘발유를 담은 것으로 보이는 유리 용기 3점과 휘발유가 묻은 수건 등 잔류물 4점, 사망자 2명에게 휘두른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11㎝의 흉기도 나왔다. 경찰은 천씨가 휘발유를 구입한 경로와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가 범행 도구가 맞는지 조사 중이다.




대구=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