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들에게도 투표권을"... 민주당서 달아오르는 '룰의 전쟁'

입력
2022.06.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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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재명계 "3개월 전 입당자에 투표권 줘야"
반이재명계 "전대 앞 룰 변경은 굉장한 진통"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룰의 전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당헌 준수' 및 '당원 직접 민주주의 확대' 등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은 친이재명계(친명계)와 친문재인·친이낙연계 등을 포함한 반이재명계(반명계) 간 갈등에 가깝다. 어떤 룰을 택하느냐에 따라 2년 후 공천권을 쥐는 차기 당권을 잡을지에 대한 유불리가 확연히 갈리기 때문이다.

쟁점은 ①당대표 및 최고위원 투표권을 갖는 권리당원에 대한 규정과 ②권리당원 투표 반영비율이다. 현 당헌·당규를 기준으로 하면 '전당대회 6개월 이전'까지 입당한 권리당원이 지난 1년간 6회 이상 당비를 냈을 경우에 투표권이 부여된다. 투표 반영비율은 '대의원(45%), 권리당원(40%), 일반국민 여론조사(10%), 일반당원 여론조사(5%)' 순으로 가중치를 매긴다.

친명계와 '처럼회' 등 강경파 의원들은 현행 룰을 바꾸자고 주장한다. 권리당원 비율을 높이되, 당원 참여를 높이기 위해 3·9 대선 후 입당한 당원들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명계인 안민석 의원은 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당대회 3개월 이전'까지 입당한 당원에게도 권리당원으로 인정해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대의원 제도라는 것을 폐지했다"며 권리당원 투표 비율 상향도 언급했다. 3·9 대선 이후 입당한 신규 당원 다수가 '개딸(개혁의 딸)' 등으로 이재명 의원 지지층임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권리당원 반영비율을 높여 전당대회에서 보다 유리한 선거지형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이 의원의 전대 출마를 견제하고 있는 반명계는 현행 룰을 지키자는 입장이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두고 계파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섣불리 '게임 룰'까지 건드리면 당의 통합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친문계인 홍영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당도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꾼다는 건 굉장한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도 잔불이 남아 있다. 친문계 등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는 어렵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새 지도부 선출까지 당을 운영할 혁신형 비대위가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원인을 평가할 시간이 충분해야 '이재명 책임론'이 보다 부각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반면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다. 다만 친명계에서는 전당대회 룰 이외에 계파 갈등의 전선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친명계의 한 핵심 의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전당대회 날짜는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규정대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