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등에 많이 함유된 탄수화물은 오랫동안 ‘비만의 주범’이라는 누명을 받고 있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들어오면 지방으로 바뀌어 복부 비만을 일으키고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밥을 식혀 먹으면 혈당 상승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폴란드 포즈난 의대 연구팀은 32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46g의 같은 양의 쌀밥을 지어 한 집단은 갓 지은 밥, 한 집단은 24시간 동안 식힌 뒤 다시 데운 밥을 먹게 했다.
식힌 뒤 다시 데운 밥을 먹은 집단은 갓 지은 밥을 먹은 집단보다 혈당이 전반적으로 덜 높아졌고 혈당도 안정적이었다. 연구 결과는 ‘영양 및 당뇨병(Nutrition & Diabetes)’에 실렸다.
연구팀은 식힌 탄수화물이 ‘저항성 전분(resistance starch)’ 덕분에 혈당 조절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포도당으로만 구성된 일반 전분을 많이 섭취하면 체내에 지방이 축적되지만, 저항성 전분을 먹으면 지방 분해가 오히려 촉진된다.
저항성 전분에는 식이섬유가 최대 90% 포함돼 있어 아밀라아제가 포도당을 분해하지 못해 체내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대신 대장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돼 짧은 사슬 지방산으로 변신, 식이섬유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일반 전분의 열량이 1g당 4㎉인 것보다 저항성 전분은 1g당 2㎉다.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도 전분보다 저항성 전분이 많은 것을 섭취하면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혈당을 낮출 수 있다.
저항성 전분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에서 식이섬유와 유사한 역할을 해 장을 건강하게 하고 비만을 비롯해 이와 관련된 각종 질병 예방을 돕는다.
이전 연구에서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2015년 실시된 연구에서도 차가운 쌀이 혈당의 급상승을 덜 유발한다는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어드밴스 인 뉴트리션’ 저널에 실린 저항성 전분에 관한 논문에서는 비만과 당뇨병, 대장암, 결장암 등 각종 질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식품과학과 기술 트렌드’ 저널과 미국 콜로라도대 암센터가 발표한 논문에서도 저항성 전분이 대장 점막 세포를 건강하게 하고 암세포 분열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비만을 막아 유방암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저항성 전분을 섭취할 수 있는 식품으로는 찬밥이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대에서 발표한 논문(2015년)에 따르면, 쌀밥은 상온에서 식혔을 때는 저항성 전분이 2배, 냉장고에서 식혔을 때는 3배가량 증가했다.
또한 밥을 지을 때 올리브유 같은 식물성 기름을 약간 넣어도 저항성 전분을 높일 수 있다. 잘 씻은 쌀 한 컵당 1~2티스푼의 식물성 기름을 넣은 후 12시간 정도 냉장 보관한 뒤 밥을 지으면 저항성 전분 함량이 높아진다.
감자도 쌀밥처럼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식힌 뒤 다시 데워 먹으면 저항성 전분 함량이 높아진다. 바나나에도 저항성 전분이 적지 않게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