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미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고 밝힘에 따라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랫동안 '유엔 개혁'을 내세워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해온 일본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을 망각한 지금이야말로 안보리 개혁의 명분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호소해 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미일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자신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책임이 있는 안보리를 포함해 유엔의 개혁과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도 유엔 개혁 필요성이 성명에 비중 있게 다뤄졌다. 성명은 양국이 “안보리가 회원국을 대표해 국제평화와 안보 유지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러시아의 상임이사국으로서 무책임한 행동과 거부권 남용, 특히 러시아가 자국을 책임에서 보호하려는 시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개혁된 안보리에서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과 다자간 협력의 중요한 옹호자이자 상임이사국을 염원하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지지를 거듭 강조했다”고 명시했다.
일본은 그동안 독일, 인도, 브라질 등 상임이사국 진출을 목표로 하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현행 5개국인 상임이사국의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로 인해 안보리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면서 안보리 개혁을 다시 중요한 이슈로 부각시켰다. 이 같은 일본의 시도에 바이든 대통령이 일단 호응한 것이다.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려는 일본의 노력에 미국이 힘을 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미국이 실제 안보리 개혁을 추진하려 한다기보다는 기시다 총리를 배려해 언급한 내용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질적으로 현실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등 주요국을 포함시켜 상임이사국을 확대하거나 중국·러시아 등 기존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에 제한을 두려면 우선적으로 유엔 헌장을 바꿔야 한다. 헌장의 개정은 유엔 총회에서 3분의 2가 찬성하고 상임이사국 5개국이 모두 찬성해야 가능하다. 총회에서 통과되는 것도 쉽지 않지만 통과되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거부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상임이사국에서 러시아만 퇴출시키는 방안도 일부 서방 국가에서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가 1991년 붕괴된 소련을 이어 상임이사국이 되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다시 검증해, 퇴출시킬 근거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도 쉽지 않아 명확한 근거가 없으면 소용이 없는 방안이다. 실현 가능성도 크지 않은 데다 유엔을 무대로 한 현재의 국제질서 자체를 바꾸는 것이어서 당장 해법이 나올 사안도 아니다. 2차대전 전범국인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주변국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