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에 불어닥친 초고가 내장형(빌트인) 제품 경쟁이 치열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프리미엄 인테리어 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린 모습이다. 가전 제품에 기본적인 실용성과 더불어 가정 내 차별화된 분위기 연출도 가능한 소품 이상의 가치까지 더해진 양상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는 최근 들어 이런 형태의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출시와 함께 체험까지 가능한 오프라인 공간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럭셔리 빌트인 가전인 '데이코'를 체험할 수 있는 '데이코 하우스'의 새 단장을 마치고 3일부터 공식 오픈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의 대표적인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하고, 2019년 삼성디지털프라자 대치본점에 데이코 하우스를 마련한 바 있다.
데이코 하우스에선 1도어 형태의 냉장고와 상부 냉장실 문이 양쪽으로 열리는 T타입 냉장고, 인덕션, 후드, 오븐, 식기세척기까지 전 제품이 실제 집처럼 꾸며진 공간 속에 배치돼 있다. 방문객은 제품과 주방가구와의 조화, 공간 전체의 아름다움까지 고려해 나만의 주방을 그려볼 수 있다. 이곳에 비치된 T타입 냉장고 가격은 2,200만 원, 와인냉장고는 1,500만 원, 인덕션은 490만 원, 식기세척기는 300만 원 등으로 일반 제품에 비해 고가에 책정된 상품군이다.
이렇게 초고가임에도 데이코는 매년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국내 프리미엄 주상복합 아파트와 리조트 등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중심으로 데이코 사업을 확대해 왔다. 나인원 한남, 용평리조트 아폴리스 콘도, 서울숲 아크로포레스트, 워커힐 포도빌, 판교 더디바인, 래미안 리더스원, 래미안 원베일리, 부산 마리나 펜트하우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노후 주택을 리모델링하면서 빌트인 가전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소비성향은 높지만 노후화된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 대치동에 데이코 하우스를 운영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번 개편을 통해 전시장에 기존 데이코 제품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최상위 가전 라인업인 '비스포크 인피니트'까지 배치하면서 고객의 선택권을 넓혔다.
LG전자 역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을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봄 이사철을 맞아 유명 현대미술 갤러리인 가나아트와 협업해 '이른 봄날의 편지'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빌트인 가전을 미술 작품과 함께 전시하면서 고객의 생활 공간을 전시 공간처럼 꾸며주겠다는 의도에서다.
이곳에선 고객이 목적에 맞게 다양한 용량의 제품을 선택해 조합할 수 있는 컬럼형 냉장고·냉동고 △와인 종류에 따라 상칸·중칸·하칸의 온도를 각각 조절할 수 있는 컬럼형 와인셀러 △5개 화구를 갖춘 전기레인지 △원바디 블랙글라스 디자인의 광파오븐 등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세계 최대 빌트인 가전 시장인 북미 공략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LG전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홈 인테리어가 주목받으면서 단순히 요리하는 공간이었던 부엌에 대해 변화를 주려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며 "당분간 '가전'과 '가구'가 결합된 형태의 프리미엄 생활가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