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무슨 일이… 윤석열·권성동 '검수완박' 좌고우면, 왜?

입력
2022.04.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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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하고 여야가 서명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여야 합의 당일인 22일 대통령직인수위와 국민의힘은 합의를 존중한다고 했다. 24일 윤 당선인이 "우려"라는 말을 입에 올린 직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합의 당사자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마저 25일 재합의를 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흘간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검수완박 침묵' 깬 윤석열

윤 당선인은 대선 이후 '검수완박' 논쟁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곧 행정부 수장이 될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국회 입법권 침해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었다. 윤 당선인이 검찰 출신인 것도 침묵의 이유였다. 검수완박을 비판하면 민주당이 '검찰공화국 만들기 프레임'을 씌울 터였다.

중재안이 나온 이후 윤 당선인은 배현진 대변인을 통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24일 "일련의 과정들을 국민들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고, 25일엔 "정치권 전체가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 삶을 지키는 정답을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중재안에 반대한다는 뜻이었다.

윤 당선인의 '복심'인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25일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 법안이 헌법 정신을 크게 위배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해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주말 사이 급격한 기류 변화… 무슨 일이?

윤 당선인이 침묵을 깬 것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본질적인 우려가 큰 데다 중재안이 선거·공직자 범죄를 검찰 직접 수사 대상에서 뺀 것을 불공정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검사로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던 윤 당선인이 보기엔 정치인들이 검찰의 수사망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를 주도한 권 원내대표가 윤 당선인과 물밑 소통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덜컥 합의'를 한 게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윤 당선인에게 중재안에 대해 상세하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 내용이 보도된 후 윤 당선인이 놀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제원 비서실장도 "당선인이 권 원내대표와 특별하게 교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윤 당선인을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을 긋는 것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의 거센 반발을 윤 당선인이 무시할 수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검찰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주말 사이 윤 당선인에게 중재안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법조인들이 많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여야 합의안에 반대하는 여론이 과반 이상으로 집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개 숙인 권성동… 野지도부 리더십 타격 불가피

윤 당선인의 싸늘한 기류에 권 원내대표는 25일 스스로 합의를 사실상 뒤집었다. 당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에서 "여야 합의안을 재논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24일까지 "합의안은 지켜져야 한다"던 강경한 입장을 접은 것이다. 그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찾아가 윤 당선인에게 상황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 번복으로 국민의힘이 입게 될 내상은 상당하다. 의원총회에서 추인한 합의를 뒤집는 상황에 이른 책임론이 권 원내대표를 향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치인·정치 세력의 말 뒤집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윤 당선인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새 정권 핵심부의 '정치력 부재'와 '소통 부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중재안 합의 번복을 빌미로 강경 대응을 예고했으니 국무위원 국회 인사청문회부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며 "새 정부 출범이 순조롭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