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억 걸린 '쑥떡 의문사'... 법원 "보험금 주지 마라" 판결 이유는

입력
2022.04.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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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과도한 보험료에 수익자가 대납 정황까지
②질병 없는데 저축 안 되는 무보장 사망 보험? 
③경찰 수사만 4년 '독 있는 음식' 조사 흔적 나와
법원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으로 계약 체결" 판단

중학교 동창인 A씨와 김모(사망 당시 54세)씨는 2016년 4월 법적으로 자매가 됐다. 김씨가 53세 늦은 나이에 A씨 어머니의 자녀로 입양된 것이다. 김씨에게도 어머니와 자녀들이 있었지만 다른 가족의 품으로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그러나 2017년 9월 자신이 운영하는 민속주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알 수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씨가 사망 전에 먹은 쑥떡 때문에 기도폐색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지만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 사망 이후 A씨와 보험회사들 사이에서 사망보험금을 둘러싼 분쟁이 시작됐다. 김씨는 2012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6개 보험사와 20개의 계약을 체결했다. 김씨는 계약 체결 때는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지정했지만, 이후 A씨로 모두 바꾸었다. A씨가 김씨 사망으로 인해 얻게 되는 보험금은 총 59억 원에 달했다.

보험사들은 사망보험금을 호락호락 내주지 않았다. A씨가 김씨의 사망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허위 계약한 것으로 의심됐기 때문이다. A씨는 이에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가 쑥떡을 먹다 질식사했을 뿐이므로 보험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 "사망 확신 안 했다면 이해 어려워"... 보험금 지급 제동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그러나 최근 A씨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1억5,000만 원 지급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이 판사는 ①형편에 맞지 않는 과도한 보험료에 주목했다. 김씨가 매달 납부한 보험료는 총 140여만 원에 달했다. 이 판사는 김씨의 월 소득이 100만 원이 안 된다고 봤다. 김씨에게 보험료를 감당할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보험료를 대납했다는 A씨 주장도 도마에 올랐다. A씨는 법정에서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자신으로 지정된 뒤부터는 월 126여만 원씩 보험료를 대납했다고 밝혔다. A씨 또한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데, 대출까지 받아 보험료를 낸 것이다. 이 판사는 "A씨가 김씨의 조기 사망을 확신하지 않는 이상 매월 거액의 보험료를 납부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③보험 가입 경위와 보험금 수익자가 A씨로 바뀌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봤다. △김씨가 특별한 질병이 없었는데도 사망 외에 별다른 보장이 없는 데다 보험료도 적립되지 않는 보험에 가입했고 △김씨가 보험사에 월 소득이 600만 원이라고 거짓말했고 △법정상속인 대신 A씨를 수익자로 지정한 점이 이례적이란 것이다.

장기간 경찰 수사가 이뤄졌던 점도 기각 근거가 됐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4년간의 수사 끝에 김씨 사망 사건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A씨가 김씨 사망 전에 '독이 있는 음식'을 조사한 흔적과 △A씨의 보험설계사 근무 이력 등이 드러났다.

이 판사가 판결로 제동을 걸었지만, A씨가 보험금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A씨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A씨가 다른 보험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