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고검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자진 사퇴로 뒤숭숭해진 검찰 내부를 다잡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민주당을 향해선 "냉정한 이성을 찾으라"는 등 날 선 공세를 펼쳤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고검장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부터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자리했으며, 대검에서는 전날 사퇴 의사를 밝힌 김오수 총장을 대신해 회의를 주재한 박성진 차장검사와 예세민 기획조정부장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김 총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급작스러운 총장의 사직 발표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이로 인해 검찰 내부 분위기가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것에 대한 걱정이 전해졌다고 한다.
이날 회의를 앞두곤 사직 의사를 밝힌 김 총장과 함께 고검장들 역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식화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앞서 열린 전국 고검장 및 지검장 회의(9일과 11일)에서 검수완박 입법 진행에 따라 총장, 고검장, 지검장 순으로 사의를 표하는 이른바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가 언급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 고검장은 회의 전 "그런 것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고검장 일괄 사표에 대한 운을 떼기도 했다.
다만 일부 고검장들은 지휘부 공백에 따른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풍전등화인 상황에서 전국 조직을 이끌고 검수완박에 대응할 지휘부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 일각에선 대검 차장과 함께 전국 고검장들이 임시 지휘부를 구성해 검수완박 국면을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쯤 회의를 마친 고검장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오수 검찰총장의 면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결과 발표를 보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김 총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청와대로 부른 상황에서, 면담 결과를 확인하고 입장을 정리해도 늦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총장을 만난 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는지에 따라 고검장들 결단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고검장들은 검수완박을 강행하는 민주당을 향한 비판은 가감없이 드러냈다. 여 고검장은 회의 전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에 따르면 경찰 수사에 불만을 갖고 검찰에 이의제기나 항고를 제기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직접수사를 하지 못하고 다시 경찰에 돌려보내야 한다"며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해 검찰청을 찾아왔는데 다시 경찰에서 조사받으라 하면 승복할 국민이 몇 분이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여 고검장은 이어 "국민의 권익과 관련된 기본법을 개정하면서 흔한 공청회 한 번 개최하지 않고 학자나 시민단체, 변호사단체 의견을 무시한 채 2주 만에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이) 냉정한 이성을 되찾길 기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종태 광주고검장도 회의 시작 전 "발의된 법안에는 형사사법시스템과 사법경찰관, 검찰 수사관, 검사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안이 시행되면 범죄자는 두 발을 뻗고 자겠지만 피해자는 눈물과 한숨으로 잠을 못 이룰 것"이라며 "법안 발의한 분들이 설마 이런 세상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전국평검사회의는 예정대로 19일 열린다. 애초에 낮 시간대에 진행할 계획이던 전국평검사회의는 더 많은 검사들의 참석을 위해 오후 7시에 시작하기로 했다. 전국 평검사를 대표할 수 있는 15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회의 시작 시간을 뒤로 미루면서 참석 인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