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과 조국이 왜 같나" 발끈했지만… 스텝 꼬이는 윤석열 당선인

입력
2022.04.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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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또다시 '직진'을 택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들에 대한 의대 편입·병역 특혜 의혹이 '제2의 조국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여론에도 "법적으로 보장된 국회 청문회에서 판단해달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다. 정치권 안팎에서 분출하는 정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당장 윤 당선인의 핵심 참모들은 일제히 정 후보자 엄호에 나섰다. "조국 사태와 다르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되레 '부실 검증'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윤 당선인의 스텝이 단단히 꼬인 모습이다.

尹 핵심 관계자들 "조국과 다르다" 반박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앞에 모든 의혹을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윤 당선인도 차분하게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지명 철회할 뜻이 없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를 안고 간다는 방침이 분명해진 이상 참모들 대응도 전날과 확연히 달랐다. 일부는 언성을 높이며 정 후보자를 향한 의혹 제기에 대해 공개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복심'인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팔을 걷어붙였다. 장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조국 문제하고 이거하고 비슷한 게 있으면 얘기를 해보라"며 "뭐가 같으냐"고 되물었다. "(정 후보자가) 조작을 하거나 위조를 했느냐. 아빠가 언질을 했다거나 무슨 힘을 썼다는 게 전혀 없지 않느냐"고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와 같은 위법 사항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약 청문회에서 중대한 결격 사유가 밝혀진다면 그때 가서 인사의 잘못을 지적해도 늦지 않다"고 가세했다. 윤 당선인과 내각 인선을 상의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정 후보자에 대해 "보건복지 행정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고 쇄신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며 '능력 중심' 인선에 한층 의미를 부여했다.


'검증 부실' 논란 확산 막기에 총력

'정호영 엄호'에 윤 당선인 측 인사들이 총동원된 것은 윤석열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불신 확산을 막기 위한 성격이 짙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정 후보자의 범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지명을 철회하면 의혹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전반적인 인사 검증·추천 시스템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폐지하고 인선 검증과 사정 기능을 법무부와 경찰에 이관한다고 공약할 만큼, 인사 검증에 자신감을 보인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던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 지명 하루 전에 인사 검증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서도 검증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검증 기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한 총리 후보자는 "정 후보자의 검증단계에서 다소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청문회를 통해 팩트로 확실하게 검증이 돼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 수사를 지휘했으며 '깐깐한 검증'을 예고했던 윤 당선인이 '40년 지기'인 정 후보자에게는 '관대한 기준'을 적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자녀 입시나 병역 문제에 대한 국민 눈높이는 법적 잣대보다 높고 조국 사태를 키운 배경이었다"며 "만약 정 후보자와 관련해 법적 문제가 드러나면 윤 당선인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