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한성철(32)씨는 '포켓몬고' 게임을 4년 만에 다시 시작했다. 최근 '포켓몬빵 열풍'이 불자 예전에 한참 즐겼던 이 모바일 게임에 대한 흥미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코로나19 방역의 긴장감도 많이 풀린 터라 시간이 나면 집 근처 올림픽공원을 산책하며 게임을 즐기는데, 곳곳에서 자신처럼 포켓몬을 '잡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씨는 "포켓몬빵은 아직 사보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게임을 해보니 색다른 느낌"이라며 "공원에서 같은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동질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포켓몬 열풍이 빵에 이어 게임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포켓몬은 인기 만화 '포켓 몬스터'에 등장하는 가상 생명체. 포켓몬빵이 제품에 동봉한 포켓몬 스티커(일명 '띠부띠부실')로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높은 판매고를 올리자, 야외에서 포켓몬을 사냥한다는 콘셉트로 4, 5년 전 게임시장을 주름잡았던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도 재차 인기를 모으고 있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포켓몬고는 이날 기준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게임 4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선 21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SPC삼립이 포켓몬빵을 출시한 올해 2월 24일 이전엔 애플 앱시장에서 40위권, 구글에선 100위 안에도 들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급속한 순위 상승이다.
2017년 출시됐던 게임이 이른바 '차트 역주행'을 하면서 다시금 관심을 받게 된 요인은 단연 포켓몬빵 흥행이다. 편의점이나 소매점에선 1개도 사기 힘들 만큼 품귀 현상을 빚다 보니, 그나마 판매물량이 있는 대형마트엔 새벽부터 대기하다가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제품을 사려는 이른바 '오픈런' 행렬까지 형성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포켓몬빵 흥행을 계기로 포켓몬고 게임에 '복귀'했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포켓몬빵 때문에 오랜만에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며 "운동하면서 게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적었다.
포켓몬고는 국내에서 출시 직후부터 한동안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게임 이용자들이 포켓몬 수집에 열을 올리다 보니, 이동하지 않고도 포켓몬을 잡을 수 있도록 휴대폰의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조작하는 앱이 등장하거나 돈을 받고 대신 게임을 해주는 '사냥 대행' 알바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인기가 식으면서 이용자가 대거 이탈했고, 운영사는 게임에 변화를 꾀했지만 떠난 이들을 붙잡기엔 역부족이었다.
포켓몬과 연계된 상품들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포켓몬은 1990년대 중반 비디오게임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첫선을 보인 이래 인기 문화 아이콘으로 장수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강민수(32)씨는 "포켓몬빵을 구하려고 편의점을 몇 군데 돌아봤지만 쉽지 않았다"며 "과거에 대한 향수와 추억에 끌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번 유행의 일부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