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신세계 주가 급락, 정용진 '멸공' 탓 아니었다... '다이궁 감소' 불똥

입력
2022.04.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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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할인 거절하자 보따리상 감소
화장품→면세 관련주 연쇄 하락 여파
'다이궁 의존' 사업구조, 부메랑으로

지난 1월 10일 신세계 주가가 전일 대비 6.8% 급락하자 '비난의 화살'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쏟아졌다. 때마침 정 부회장이 '멸공(滅共)'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는데, 이 논란이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속사정을 아는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불똥이 튀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다이궁(代工·보따리상) 감소로 화장품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고, 이 영향으로 면세 관련주로 구분되는 신세계 주가까지 하락한 게 합리적인 해석이란 것이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최대주주이지 신세계 주식은 전혀 없다는 사실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면세 관련주까지 흔드는 '다이궁 파워'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세계 주가가 급락한 1월 10일 면세사업을 하는 호텔신라(-3.75%)와 현대백화점(-1.75%) 주가도 동시에 떨어졌다. 신세계는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의 지분 100%를 보유했고 '멸공 논란'과 맞물려 더 영향을 받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날 화장품 사업을 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주가가 5.34% 하락했다.

당시 면세 관련주 하락의 주요인이 된 LG생활건강 주가는 무려 13.41%나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말 다이궁이 40%까지 할인 요구를 하자 이를 거절한 것이 발단이 됐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요구에 응하지 않았는데, 면세 제품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면세 매출은 LG생활건강 화장품 전체 매출의 35~40%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판매 순위만 봐도 LG생활건강은 늘 상위권"이라며 "LG생활건강 주가가 면세 관련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세계 주가는 금세 회복됐지만 다이궁에 휘둘리는 면세사업의 구조적 한계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초에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방역정책을 강화해 다이궁 수가 줄어들자 국내 면세점들의 매출은 역성장했다.

다만 증권사에서는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을 풀고 경기부양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점차 매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달에도 국내 면세점 외국인 매출액은 2,774억 원 올랐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2월 다이궁 수는 줄었지만, 대형 다이궁의 유입으로 구매단가가 상승해 외국인 매출액이 늘었다"며 "구매력이 높은 내국인 위주로 여행 수요가 증가 중이라 2분기부터는 면세업계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