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 퇴출 논의를 자초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1월 인도네시아가 주최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류드밀라 보로비오바 자카르타 주재 러시아 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포함해 점점 상황이 나아지는 점을 고려해 푸틴 대통령은 G20 회의에 참석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로비오바 대사는 러시아가 G20에서 제외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G20은 경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지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런 종류의 포럼에서 러시아를 제명하는 것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방의 러시아 배제 논의를 언급하며 “G20뿐만 아니라 많은 단체들이 러시아를 추방하려 한다. 서방의 반응은 매우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주최국 인도네시아를 향해서도 “우리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서방국가들에 의해 가해지고 있는 압력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사회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날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G20 퇴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G20에 남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러시아가 회원국으로 남으면 (G20은) 전보다 덜 실용적인 조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백악관도 러시아의 배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러시아의 G20 퇴출을 동맹국들에 요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국제기구와 국제사회는 러시아와 통상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폴란드는 G20에서 자국이 러시아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폴란드는 미국 상무부 관리들에 러시아의 G20 퇴출을 건의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미 상무부 측은 지난주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과 피오트르 노바크 폴란드 경제개발기술부 장관이 만났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G20 제안과 관련해 미국 정부를 대표해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고 폴란드 측 주장을 부인했다.
다만 일부 G20 회원국의 반발로 러시아를 실제로 G20에서 제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G7 관계자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국가가 러시아 배제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 국가들은 대러 제재에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G20에서 러시아의 퇴출이 불가능할 경우 G7 회원국 중 일부 국가들은 올해 G20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인도 등 대러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국가들에 강력한 신호를 주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