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에서 사라지는 아이들과 여성들...피란민 대상 인신매매·성범죄 우려 고조

입력
2022.03.13 18:59
수천 명 아이 사라지고, 성범죄 피해 여성 속출 
홀로 국경 넘은 아이·여성 각종 범죄에 노출 우려
"혼란 틈타 취약한 이들 먹잇감으로 삼아"
처벌 강화, 사복 경찰 배치...각국 대책 마련 분주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국경을 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인신매매와 성범죄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홀로 국경을 넘는 아이들 중 수천 명이 행방불명되는 등 피해상황조차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홀로 국경을 넘는 아이들과 여성들 중 상당수가 인신매매 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에이리얼 리커버리’의 제레미 로크 사무국장은 “우크라이나 고아원과 정부 위탁시설에 있던 어린이 20만 명의 대피를 돕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 중 수천 명이 이미 행방불명됐으며, 인신매매를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폴란드 인권단체 ‘호모 파베르’ 관계자도 “국경에 위치한 기차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란민들에게 이동할 교통수단과 거처 등을 제공하겠다는 표지판을 들고 있다”며 “대부분 선의에 나선 사람들이지만 일부는 인신매매나 갈취, 성범죄 등을 노리고 아이와 여성들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독일 등은 우크라이나 여권 소지자에 대해 기차와 버스 등의 대중교통 수단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좌석 부족으로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피란민 상당수는 민간인들이 제공한 교통편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인터넷에서 숙소를 무료로 제공해주겠다며 19세 우크라이나 피란민 여성을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49세 남성이 폴란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폴란드 남동부 접경 도시 메디카의 피란민 수용시설에서는 아이들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해주겠다며 유인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다수 있었다. 일바 요한슨 유럽연합(EU) 내무담당 집행위원은 “범죄자들이 국경을 넘는 아이들의 친척인 것처럼 가장한 다음 인신매매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우려했다.



피란민을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폴란드 등 인근 국가들과 국제구호단체들은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폴란드는 최근 피란민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인신매매 형량을 최소 3년에서 10년으로, 아동 성매매에 대한 최고형량을 10년에서 25년으로 대폭 올린 개정안을 마련했다. 또 △개인 문서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 △어린이와 함께 복잡한 기차역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방법 △동승 제안 관련 주의사항 △임시수용시설 이용 방법 등이 적힌 안내문을 국경 지대 기차역 등에 배포하고 있다. 또 인신매매 등을 적발하기 위해 사복 경찰을 피란민 수용시설에 배치하기로 했다.

국제구호단체들도 국경 지역에 여성과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어 통역 가능한 자원봉사자들을 24시간 배치하고,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도 늘리기로 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현재 피란민 수는 259만7,543명(11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다. 또 피란민 절반 이상인 157만여 명이 폴란드에 머무르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측은 “혼란을 틈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국제 범죄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