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 시나리오 공개, 외교관 추방...' 미러 우크라 벼랑 끝 대치 점입가경

입력
2022.02.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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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유엔서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 공개
러, 미 대사관 2인자 추방...군 병력 전진 배치
미러 외교장관, 다음 주 회담...타협 여부 주목


미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벼랑 끝 대치가 점입가경이다. 러시아 일부 병력 철군을 둘러싼 진실게임에 이어 유엔 무대에서 미국 외교 수장이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를 거론하며 러시아를 압박하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러시아는 미국 고위 외교관을 추방하고 병력을 국경 쪽으로 전진시키며 맞섰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 상황으로 일촉즉발 전쟁 발발 위기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미국이 러시아에 외교장관회담을 제의해 회담이 성사되는 등 대화의 끈도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은 상태다. 우크라이나 땅이 진흙탕으로 변해 전쟁이 어려워지는 ‘라스푸티차’ 현상이 찾아오는 3월 전까지 전쟁이 발발하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예정에 없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을 찾았다. 18일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유럽으로 가기 전 우크라이나 관련 유엔 회의에서 직접 러시아에 경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우리 정보는 향후 며칠 내에 (러시아) 지상군, 항공, 선박을 포함한 병력이 우크라이나에 공격을 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폭탄 테러 자작극, 민간인 상대 드론 공격, 화학무기를 사용한 공격 같은 침공 구실을 지어내고, 최고위급 비상회의를 개최해 러시아계 보호 명분을 내세운 뒤, 실제 우크라이나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했다. 러시아에 전쟁의 길을 피하라는 설득과 경고 메시지였다.


하지만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미국이 언급한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반박했다. 15일부터 러시아군 병력이 철수를 시작했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러시아는 또 모스크바에 있는 미국대사관 2인자인 바트 고먼 부대사를 추방했다.

우크라이나 주변 군사 위협도 여전하다. 미 CNN은 러시아 전투 병력의 절반가량이 우크라이나 국경 50㎞ 이내 거리에 포진했다고 보도했다. 돈바스에선 16일부터 이틀간 약 530회의 폭발이 감지됐다는 보고도 나왔다. 18일에도 포격 주장이 제기됐다. 러시아는 19일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미사일 잠수함 등을 동원한 핵전력 훈련을 연다고 발표했다. 국경 인근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이 19만 명에 이른다는 서방 측 주장도 이어졌다.


물론 긴장 완화를 위한 협상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회담을 제안했고 러시아가 호응해 다음 주 후반 만나기로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가졌고, 24일에는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도 열린다.

문제는 러시아와 미국의 견해 차가 좁혀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17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 △서방 군사고문과 교관 철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국가와 우크라이나 정부군 연합훈련 금지 같은 요구를 추가한 문서를 미국에 전달했다. 또 나토 회원국 추가 확장 포기, 옛 소련 국가 내 나토 군사기지 건설 포기, 중부 및 동유럽 나토군 자산의 1997년 이전 수준 복귀 등도 거듭 주장했다.

이에 반해 미국과 나토는 회원 가입 개방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공격형 미사일 배치와 전투병력의 우크라이나 상설 주둔을 금지하는 합의를 제안한 상태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