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개봉한 애덤 맥케이 감독의 '돈 룩 업(Don't Look Up)'은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상황에서 인류의 무지와 탐욕이 빚을 수 있는 파국을 블랙코미디로 풍자한 넷플릭스 영화다. 혜성보다는 질량이 작지만, 만만찮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운석이 불과 9년 전 지구에, 구체적으로는 러시아 우랄 연방관구 첼랴빈스크주(Chelyabinsk)에 충돌한 일이 실제 일어났다.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일어난 폭발 충격파와 운석우 충돌로 1,200여 명이 다쳤고 350억 원 규모의 재산 피해가 났다.
'슈퍼볼라이드(superbolide)'라고 불리는 거대한 불덩이는 현지시각 2013년 2월 15일 오전 9시 20분 카자흐스탄 국경 상공 지구 대기권을 돌파해 러시아를 향해 북서쪽으로 약 15도 기울기로 날아들었다. 불덩이의 크기는 관측 기관에 따라 엇갈렸지만, 미항공우주국(NASA)은 직경 약 18m 규모라고 추정했다. 대기권 진입 약 13초 후 초속 18.6㎞ 속도로 비스듬히 추락하던 운석은 NASA 추정 440㏏ 규모의 파괴력으로 폭발했고, 그 충격파와 함께 수많은 작은 불덩이 조각들을 지표면에 흩뿌렸다. 2,000여 ㎢ 면적의 숲을 숯더미로 만든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소행성 충돌 이래 지구에 떨어진 가장 강력한 우주물체였다.
다행히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었고, 인근 화학물질 재처리공장과 방사능 폐기물 저장시설이 직접적인 피해를 모면해 대참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우주의 내습에 취약한 지구의 현실을 실감케 하는 데는 충분했다.
NASA는 직경 140m 이상 소행성 등 지구에 근접한 우주물체(Near-Earth Object)를 관측,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왔다. 향후 100년 내에 그 정도 크기의 우주물체가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은 파악된 바 희박하지만, 문제는 NASA가 현재 파악하고 있는 NEO가 추정치인 2만5,000여 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