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프러 정상 통화 급박한 외교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임박 징후 여전

입력
2022.0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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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푸틴, 62분 통화에도 타협점 도출 실패
미러 모두 우크라이나 주재 외교관 철수 명령
"16일 러시아 침공 감행" 정보 두고 공방도 벌여


또다시 빈손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군사 충돌 위기가 고조된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 시간 넘게 담판을 벌였지만 입장 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현지 대사관 직원과 미군 병력 철수 명령을 내리고 러시아도 가세하는 등 전쟁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16일 러시아 침공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미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날 62분간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0일 전화통화 이후 44일 만이다. 그러나 이날 통화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방지를 위한 타협안은 나오지 못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다면 동맹ㆍ우방과 함께 단호히 대응하고 러시아가 신속하고 심각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우리는 다른 시나리오에도 똑같이 준비돼 있다”며 외교적 해법도 거론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선 아무런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고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정상 간 통화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미국이 사태를 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둘러싼 (서방의) 긴장 증폭이 조직적으로 진행되면서 히스테리가 극에 달했다”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이 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 지역과 크림 지역 도발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두 정상 통화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100분 정도 통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7일 프러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핀란드식 중립국화’ 카드를 중재안으로 제시했지만 상황 진전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미국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 정상과 긴급 화상회의를 갖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 상황을 공유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일을 16일로 제시했다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보도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북쪽 벨라루스와 동쪽 접경지대 등에 10만 명 넘는 정예 병력을 배치해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언제라도 공격할 준비가 돼 있고 침공 시 대대적인 경제제재 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경우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을 통해 미군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갈등 수위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으면서 각국은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과 외교관들에게 현지를 떠나라고 속속 권고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미국대사관은 트위터에서 “국무부가 긴급한 임무가 없는 대사관 직원들에게 대피를 명령했다”며 “러시아의 계속된 군 병력 증강 때문이며 이는 러시아의 중대한 군사 행동을 의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내 미국인은 늦어도 48시간 이내에 대피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우크라이나에 배치했던 플로리다 주방위군 소속 미군 병력 160명을 유럽 다른 나라에 재배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최정예부대인 82공수사단의 병력 3,000명을 추가로 폴란드에 파견하는 한편, 독일 주둔 미군 1,000명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마주 댄 루마니아로 전환 배치했다.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러시아 역시 현지 대사관 인력 철수를 지시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또는 제3국의 도발 가능성을 우려해 현지 외교 공관을 ‘최적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일본, 영국, 독일,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이스라엘 등도 우크라이나에 머무는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공방 와중에 러시아 국방부는 태평양 쪽 영해를 침범한 미국 핵잠수함을 쫓아냈다고 발표했고, 미국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