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원톱 선대위원장'이 된 첫날인 9일 곧바로 '빨간펜'을 들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씨가 과잉 의전·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사과하게 했고, 당에 '실언 금지령'도 내렸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후보와 경쟁했던 이 위원장은 이 후보의 '삼고초려' 끝에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실권을 쥐고 '이낙연의 색깔'을 거침없이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유의 '쓴소리'와 '강한 그립'으로 이 후보의 대선 전략을 전면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위원장은 9일 오전부터 '본론'을 말했다. 김혜경씨 논란에 대해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약 7시간 만에 김씨는 "죄송하다"고 육성으로 대국민사과를 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12일 만이었다.
선대위에도 회초리를 들었다. 이 위원장은 "선거는 국민의 신임을 얻기 위한 예민한 경쟁"이라며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할 언동이 나오지 않도록 극도로 자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를 감싸는 과정에서 "나도 아플 때 비서가 약을 사다 준다"(송영길 당대표) "(의혹 제보자에게) 정치적인 목적도 있어 보인다"(현근택 대변인) 등 일부 인사가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한 것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날 오후 비공개 선대위 본부별 현황보고에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자제령을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의 그간 과오를 언급하며 "겸허하게 사죄하겠다"고 했다. 반성하는 것으로부터 선거 전략을 다시 쓰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또 "하드웨어(조직 구성 등)를 바꾸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지만, 소프트웨어라면 변화가 쉽지 않겠나"라며 '대대적 분위기 쇄신'을 예고했다.
이 위원장이 '악역'을 하기로 한 건 이 후보와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합류를 논의할 때 '이낙연의 어법과 색깔로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분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결이 다른 말을 해도 좋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했다. 선대위 한 의원은 "형식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면, 이 위원장이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는 '이낙연 체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선대위 약점인 '전략과 무게감 부족'을 이 위원장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이 이 후보와 선대위를 가감없이 질책하는 국민들로부터 호감을 살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후보는 "(이 위원장 합류가) 정말 든든하다"며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돌파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